통일연구원장 "김정은, 핵실험 중단 카드로 협상 나설수도"
전문가들 "김정은, 北코로나 국면 리더십 강화에 활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을 자신의 리더십 강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 전문가들은 21일 통일연구원과 'GW한국학연구소'가 '북한의 코로나19 대유행: 공중보건위기 상황의 정치경제' 주제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스트리아 민간 연구단체 오픈뉴클리어네트워크의 레이첼 민영 리 선임 애널리스트는 "북한은 코로나19 통계를 당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김정은이 권력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그의 위상을 강조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만일 북한이 대외 원조를 받고자 코로나19 통계를 공개한 것이었다면 더욱 심각한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통계가 보도됐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며 "북한의 통계는 사실 자체와 의도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켄 고즈 해군분석센터 연구프로그램소장도 "통상 정보 공개를 꺼려왔던 북한이 코로나19 팬더믹 기간에는 (통계를 공개하는 쪽으로) 행동이 달라졌다"면서 "북한 주민에 '우리가 주민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고 봤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역시 "북한이 코로나19 관련 전면적인 실상을 대외에 공개하고 대내적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도자와 당이 위기에 잘 대응해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있다'는 식으로 리더십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김 위원장으로서는 현재 코로나19 국면 이후 식량이나 경제 부문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으므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여러 구상을 할 수밖에 없는데, '핵실험 중단'이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고 원장은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외부에 노출하면서도 실험은 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한미의 태도에 따라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을 카드화해 협상을 재개, 현재의 어려움을 해소할 돌파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대미 협상 전문가 최선희를 외무상으로 발탁한 것을 볼 때 "북한이 협상에 염두에 두고 한미의 태도를 지켜볼 것"이라며 "한미도 북한이 좋은 방향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