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민들이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20일 아침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추가적인 민생대책에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국회가 정상 가동됐으면 법 개정 사안이고, 법안을 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슷한 시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선 난데없는 고성이 오갔다. 최근 신경전을 벌여온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비공개회의 진행 여부를 놓고 정면충돌한 것이다.여야의 대립으로 국회 공백이 3주를 넘어가고 있지만, 정작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집권 여당은 집안싸움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당권 두고 격화하는 세력 다툼이날 최고위는 집권당 내 당권 투쟁의 축소판을 보는 듯했다. 이 대표는 회의 시작부터 “최고위 의장 직권으로 오늘부터 비공개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비공개회의 내용이 자주 언론에 유출된다는 이유를 댔다.친윤계(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배 최고위원이 비공개회의에서 “(이 대표가 추진하는) 당 혁신위원회가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한 발언 등이 최근 기사화된 점을 겨냥한 것이다.이에 배 최고위원은 “현안 논의를 하지 않아야 할 게 아니라 (내용이 유출되지 않도록) 비공개회의를 좀 더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맞섰다. 회의 말미에 이 대표가 “공지한 대로 오늘 비공개회의는 하지 않겠다”고 하자 결국 양측 간에 고성이 오갔다.배 최고위원은 “이렇게 일방적으로 비공개회의를 없애면 어떡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이) 발언권을 얻고 말해야 한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중간에서 두 사람을 말리던 권성동 원내대표도 말이 통하지 않자 종반에는 책상을 내리치며 “그만합시다”라고 했다.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 대표와 친윤그룹 간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대변인을 맡았던 배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사실상 친윤계를 대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차기 당권을 노리는 안철수 의원과도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안 의원이 친윤계 정점식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추천하면서 친윤과 손을 잡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 대표가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새 정부 입법 산적했는데….이런 가운데 국회 공백은 이날로 22일째를 이어가고 있다. 신임 국회의장은 물론 법안을 심의할 개별 상임위원장과 위원들도 정해지지 않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 법안과 각종 규제 개혁 입법도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유류세·법인세 인하 관련 법안이 대표적이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3일 유류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도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지만,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역점을 둔 ‘법인세 인하’ 역시 야당을 설득해 추진해야 할 핵심 입법 사항이지만 표류하고 있다.정치권에서는 새 정부의 정책을 힘있게 지원해야 할 국민의힘이 오히려 당내 권력 다툼으로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갈등을 해결하는 당대표가 갈등의 중심에 있으면 안 된다”며 “(당내 갈등으로) 윤석열 정부의 초기에 국정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당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한 윤 대통령의 ‘0선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당에 영입된 인사이기에 기본적으로 당을 장악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국정 동력을 살리려면 윤 대통령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전·월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임대차신고제) 개선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전·월세 비용에 대한 세금 혜택을 늘려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오는 7월 말) 임대차 3법 시행 2년이 되는 시기에 전세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임대료 인상을 최소화하는 상생 임대인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고 임차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지원하라”며 “임대차 3법의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제도 개선할 부분이 무엇인지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서 대통령이 특별히 강조한 사항”이라고 전했다.정부는 이와 관련, 21일 전·월세시장 안정 대책과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을 찾아 “월세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월세 세액공제율은 최대 12%로, 정부는 이를 15%까지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월세 세액공제는 연간 총 급여액이 55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의 경우 최대 750만원의 월세에 대해 12%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한다. 총 급여액이 5500만원 초과, 70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는 최대 750만원에 대해 10%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월세 세액공제 혜택은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이면서 무주택 가구주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세액공제율을 높이면 중산층 이하 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정부는 전세자금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과세당국은 무주택 가구주가 전용면적 85㎡ 이하인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포함)을 임차하기 위해 돈을 빌릴 경우 원리금 상환액의 40%에 대해 연간 3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대폭 축소된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도 늘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 부처 산하 위원회 중 실적이 부실하거나 기능이 활발하지 않은 곳을 통폐합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중앙행정기관 소속 위원회는 지난해 말 기준 626개에 이른다.좌동욱/정의진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