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문제 등과 맞물려 자재 가격 상승…사업 연기·축소
"돈이 증발했다"…인플레에 1조 달러 바이든 인프라사업도 차질
미국이 1981년 이후 40여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로, 교량, 수도 등 낙후된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어렵게 의회를 통과시킨 1조2천억 달러(약 1천550조원) 규모의 인프라 예산법에 따른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AP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물가 상승기에 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면서 인플레이션을 가중했다는 비판에 더해 각종 건설 자재 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사업 자체가 연기되거나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와이오밍주 캐스퍼에서는 노스플랫 강에 교량을 건설하고 교차로를 재건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했는데 최저 금액이 3천500만 달러(453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주(州) 엔지니어가 추정한 금액보다 55%나 높은 것으로 이 때문에 입찰은 유찰됐다.

주 당국이 다른 방안이 있는지 살펴보면서 이 프로젝트는 연기됐다.

와이오밍주 교통부의 수석 엔지니어인 마크 질레트는 "인프라 법안이 고속도로와 교량 건설의 붐을 일으킬 것으로 희망했었지만 우리가 기대한 대로 가지 않고 있다"면서 "만약 인플레이션이 현재와 같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프로젝트를 한 해씩 계속 연기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오와주 디모인 국제공항의 경우 연방정부의 인프라 예산을 통해 노령화된 터미널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4년 전에는 4억3천400만 달러(5천620억원) 예산을 사용해 2026년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현재는 추정 사업비가 7억3천300만 달러(9천492억원)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공항은 애초 14개 탑승구를 건설하려던 것을 나눠 일단 5개의 탑승구만 먼저 건설키로 했다.

미주리주의 세인트루이스 55번 주간(州間) 고속도로상의 교량을 보수하는 사업은 올해 6천300만 달러(815억원)에 입찰 됐다.

이는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보다 57%나 상회한 규모다.

이번 회계연도에 미주리주의 고속도로 건설 비용은 당초 예산보다 1억3천900만 달러(1천800억원)가 더 추가됐다.

워싱턴주 터코마의 경우는 비용 문제로 수도 프로젝트를 일부 연기하거나 재조정하는 등 수도 문제도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인프라 건설 비용이 상승한 것은 공급망 문제,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아스팔트 및 타르 혼합물의 5월 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14%가 올랐고, 교량 건설에 사용되는 가공 강판은 23%가 상승했다.

수도용 철 파이프 가격도 거의 25%나 높은 상태다.

미국 고속도로교통협회의 짐 타이몬은 "프로젝트 비용이 20%에서 30% 정도 올라가면서 연방정부로부터 받은 예산증가 분이 사실상 증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막대한 돈을 시장에 푸는 인프라 예산법안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원 교통·인프라 위원회 소속 공화당 샘 그레이브스 의원은 "인프라 건설을 위해 돈을 더 쓰기 위해 돈을 빌리는데 그 돈이 인플레를 초래하면서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