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재정이 취약한 남유럽 국가들이 10여 년 만에 다시 위기론에 휩싸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매입을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다음달엔 11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0.25%포인트)을 시사하면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의 국채 금리가 치솟았다.

이탈리아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했다. 올초 연 1.2% 수준이던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4일 연 4.17%까지 오르며(국채 가격 급락)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량 채권인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도 2.42%포인트로 벌어졌다. 스페인(3.11%) 그리스(4.69%) 국채 금리도 2014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화들짝 놀란 ECB는 하루 뒤인 15일 긴급회의를 열고, 유로존 취약국 국채를 사들이는 프로그램을 다시 마련할 뜻을 밝히며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이탈리아 등은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 당사국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당시 포르투갈과 이들 3개국을 포함한 남유럽국들의 재정적자(평균)는 국내총생산(GDP)의 4%, 경상적자는 8%에 달할 정도로 망가졌다. 그 여파로 그리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2012년 30%까지 치솟았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ECB의 국채 매입, 부가가치세 인상을 통한 세수 증대, 사회보장 축소, 공공부문 감원 등이 이뤄졌으나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대대적 재정지출 확대가 또다시 재정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유로존의 부양책 규모는 2020년 한 해에만 7500억유로(약 1018조원)에 이르렀다. 대규모 재정지출이 경기를 부양하지 못하고 부채만 늘릴 경우 유로존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는 이미 1년 전부터 나왔다. 실제로 재정위기 당시와 비교해 남유럽국들의 경제 여건은 더 나빠졌다. 2012년 GDP 대비 127%였던 이탈리아 국가부채 비율은 150%, 162%였던 그리스는 185%까지 올랐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남유럽 국가들의 신용위기는 언제 끝날지 알 길이 없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유로존 전체 금융시장을 경색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가뜩이나 실물·금융 복합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주름살이 생겨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