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차 충전요금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전력이 적자에 시달리는 점을 감안해 그동안 요금 부담을 떠안았던 한전의 공급 가격을 올리고, 대신 충전 사업자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17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이달 말 종료되는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특례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별도 방안을 통해 전기차 충전요금을 동결할 방침이다.

전기차 확대를 위해 2017년 1월 도입된 할인특례 제도는 기간별로 할인폭이 축소되다가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다. 이 제도에 따라 전기차 충전요금은 2017년 1월 ㎾h당 173.8원에서 2020년 7월 225.7원, 지난해 7월 292.9~309.1원으로 올랐다. 다음달부터는 전기차 충전요금이 ㎾h당 313.3원으로 오를 예정이었다.

정부가 할인특례 제도를 없애더라도 충전요금을 동결하기로 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전기차 충전요금을 5년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소유주의 부담을 늘리지 않기 위해서다.

현재는 한전이 원가보다 싼 ㎾h당 180~260원(급속 기준)에 충전 사업자에 전기를 팔면 사업자가 마진을 붙여 전기차 소유주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하지만 한전은 전기 공급단가를 올리는 대신 소비자가 부담하는 요금을 동결하기 위해 충전 사업자에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기차 충전요금 동결로 전기차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안팎을 넘나들며 차량 교체를 고민했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 구매 의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요금 기준 500㎞가량 주행 시 테슬라 모델 3는 전기를 완속으로 충전하면 약 1만원이 든다. 반면 내연기관차는 휘발유 기준 1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연 2만㎞를 타고 약 6년간 주행하면 비싸게 산 전기차 가격만큼 충전 요금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이지훈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