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내내 이어진 가뭄 발(發) 밥상 물가 불안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수박, 복숭아 같은 여름 과일이다. 수박 한 통이 작년보다 30%가량 뛰어 대형마트에서 2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쌈 채소, 감자, 양파 등이 돌아가면서 올라 애그플레이션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기세”란 얘기가 나온다.

17일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수박 상(上)품 한 통은 소매점에서 2만1218원에 거래됐다. 작년(1만7443원)과 비교하면 21.6%, 평년(1만6518원) 대비로는 28.4% 상승한 가격이다.

가뭄의 여파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수박 생육기인 4~5월에는 줄기와 잎이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가뭄이 악화하면서 제대로 크지 못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월 수박 출하량은 작년보다 3.7% 줄어들 전망이다. 충청지역에선 인력 부족으로 재배 면적이 줄었고, 인건비·유류비 상승도 가격에 반영됐다.

또 다른 제철 과일 토마토도 생육기에 충분한 햇볕을 쬐지 못해 작황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에 기온이 급락하는 등 일교차 큰 날이 계속되면서 충분히 크지 못했다. 토마토(5㎏ 기준) 도매가격은 전년 대비 23.9%, 방울토마토는 2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 수확을 앞둔 복숭아와 포도도 강세가 전망된다. 복숭아는 6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해 10월까지 맛볼 수 있다. 복숭아도 수박과 마찬가지로 4~5월 커지는 시기에 수분을 많이 흡수해야 하는데, 이 시기에 비를 맞지 못했다. 그 결과 털복숭아보다 수확 시기가 빠른 천도복숭아는 출하 시점이 평년 대비 4~5일 늦어졌다.

올 들어 이어지고 있는 농산물 가격 급등은 전 세계적 이상기후, 인플레이션 등에 기인한 만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란 게 여전히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 등을 통한 수매 비축, 수입량 확대 같은 임기응변 수준에 머무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올해는 예외적 상황이라고 면피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3~5년 주기로 농산물 가격 파동을 야기하는 ‘천수답 농업’을 탈피할 시스템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파종→수확→유통→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의 ‘군살’을 빼고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 영농’을 정착시켜 예측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