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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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지름 46㎜ 배터리) 시장에 뛰어든다. 충남 천안공장에 파일럿 라인을 신설하고 내년 상반기 샘플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각형 배터리 중심이던 삼성SDI가 원통형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께 양산 계획”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천안공장에 원통형 배터리 라인을 증설 중이다. 이 가운데 일부 라인이 중대형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파일럿 라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가 개발 중인 제품의 지름은 46㎜로 정해졌지만 길이는 고객사들과 협의 중이다.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양극재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중대형 배터리 신제품은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양산하는 4680 배터리와 같은 크기거나 이보다 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여러 폼팩터(모양) 중 생산이 쉽고 성능이 좋은 제품을 고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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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0 배터리는 기존 2170(지름 21㎜, 길이 70㎜)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이 다섯 배, 출력은 여섯 배 개선된 제품이다. 전기차 주행거리가 16% 늘어나 배터리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통한다. 게다가 같은 용량의 2170 배터리보다 공정 횟수가 적어 비용이 줄어드는 등 생산성도 좋다. 삼성SDI가 4680보다 긴 배터리를 생산하면 원통형 배터리에서 다른 배터리업체보다 앞선 기술을 보유하게 된다.

삼성SDI의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양산 시기와 규모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생산 시작 시점을 2025년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테슬라만 4680 배터리를 적용해 전기차를 생산하지만, 앞으로 많은 완성차 업체가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자체 개발한 4680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부족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 등에 4680 배터리 생산을 요청한 상태다.

각형 배터리에 주력하던 삼성SDI가 배터리 모양을 다변화하는 것은 완성차업체가 다양한 모양의 배터리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삼성SDI의 최대 납품처인 BMW도 대부분 각형을 활용했지만, 원통형 배터리도 쓸 계획이다.

삼성SDI, 점유율 확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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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설비 증설과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삼성SDI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 1~4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4.0%로 지난해 같은 기간(5.8%)보다 소폭 하락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니켈 함량이 90% 이상인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에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점, 중대형 원통형 시장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는 점 등이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럽 출장에 동행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 BMW 등과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바겐, BMW는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를 이용하면서도 아직 배터리업체와 대규모 합작법인을 설립하지는 않았다.

이날 삼성SDI 주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3.98% 오른 5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