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 사진=뉴스1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 사진=뉴스1
국가정보원 내 정치인 등의 존안자료 이른바 'X파일'이 있다고 언급해 논란을 빚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발언 이후 "몰매를 맞고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앞으로 발언을 자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4일 YTN '뉴스라이브'와 인터뷰에서 "제가 방송 인터뷰에서 '무엇을 못 했느냐', '아쉽냐'고 묻길래 X파일을 얘기했다가 지금 몰매를 맞고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에서) 좀 (말을)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오늘부터 말 안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원 X파일'을 언급했다. 그는 국정원이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의 존안 자료를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는데, 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박 전 원장은 하 의원을 거론하면서 "국회에서 '의원님들, 만약 X파일을 공개하면 의원님들 이혼당한다'고 했더니 하태경 정보위 간사가 '자기는 그렇게 안 살았는데 원장님 왜 그렇게 말씀하시나. 왜 내가 이혼당하나'라고 했다"고도 했다. 이어 "제가 그랬다. '의원님, 복잡하게 사신 분 아닌가. 한번 공개해 볼까'라고 하니 '아, 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 의원은 "박 전 원장은 저와 '복잡하게 살았다'는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는 "정치 활동하면서 가급적 고소·고발 같은 것은 자제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이번 박 전 원장의 발언은 너무 심각했다"며 "저와 나누지도 않은 대화를 날조해서 제가 그동안 쌓아왔던 국민과의 신뢰 관계에 치명적 흠집을 냈다"고 했다.

이어 "공직을 통해 취득한 국가의 기밀을 언론의 관심끌기용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오죽하면 국정원에서 전직 원장에게 경고 논평까지 냈겠나. 박 전 원장은 그런 치욕스러운 지적을 당하고도 공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 사진=뉴스1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 사진=뉴스1
박 전 원장의 발언에 국정원은 사실 여부를 떠나 기관 관련 사항 언급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원장 재직 시 알게 된 직무 사항을 공표하는 것은 전직 원장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전직 원장의 국정원 업무 관련 발언은 정치적 목적으로 해석되고 국가 안보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국정원과 직원들을 불필요한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현직 직원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국가정보원직원법(제17조)에 따라 비밀을 엄수해야 하고, 직무 관련 사항 공표 시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전직 원장 중에 퇴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 업무 내용을 언급한 전례도 없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