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UST)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거래를 유발해 '공격자'로 지목 받은 가상자산(암호화폐) 지갑A가 알고 보니 권도형 대표의 테라폼랩스 소유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코인데스크코리아는 해당 지갑 A(0x8d47f08ebc5554504742f547eb721a43d4947d0a)가 UST가 가치 연동에 실패한 첫 디페깅이 일어난 날과 같은 날인 5월 7일 오후 4시 32분경에 만들어졌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당시 권 대표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 커브(Curve)에서 약 1억5000만달러치의 UST를 뺐다. 이에 대해 그는 "더욱 안정적인 UST 유동성 공급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9시 57분경 지갑 A는 약 8500만 UST를 커브에 넣고 이를 USD코인(USDC)로 교환했다. 테라폼랩스가 커브에서 UST 유동성을 제거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지갑 A를 통해 대규모 UST 거래가 일어난 것.

지갑 A는 교환한 USDC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로 전송했다. 이 거래를 시점으로 대량의 UST가 세계 각국의 거래소로 입금됐고 디페깅이 가속화되며 뱅크런이 일어났다.

이를 두고 세계 여러 블록체인 분석 기업들은 지갑 A를 '공격자 지갑'으로 지목했으며 테라를 무너트리기 위한 월스트리트 금융기업의 음모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웁살라시큐리티와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지갑 A의 자금 출처를 추적해 또 다른 지갑 B(terra1yl8l5dzz4jhnzzh6jxq6pdezd2z4qgmgrdt82k)가 지갑 A에 대량의 UST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테라 블록체인에서 생성된 지갑 B는 웜홀(Wormhole)을 통해 UST를 이더리움(ETH) 기반 UST로 바꿔 지갑 A로 전송했다.

지갑 B의 거래 내역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로 UST를 꾸준히 보내고 있었던 것. 테라 블록체인은 하나의 지갑 주소에 여러 사용자의 UST를 모아 전송한다. 거래소에서는 여기에 사용자를 식별할 수 있는 숫자를 부여하는데 테라에서는 이를 '메모'기능이라고 칭한다.

지갑 B가 바이낸스로 보낸 UST의 메모를 모두 확인 한 결과 지갑 B는 사용자 메모 '104721486'으로 올해 1월 5일부터 5월 25일까지 약 1억2359만7800개의 UST를 바이낸스로 보냈다. 그 중 가장 큰 이체 규모는 5월 7일 오후 9시40분에 발생한 1억825만1326개로 테라폼랩스가 커브에서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제거한 시간과 비슷하다.

또한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바이낸스 메모 '104721486' 지갑은 'terra1gr0xesnseevzt3h4nxr64sh5gk4dwrwgszx3nw(terra1gr)', 'terra13s4gwzxv6dycfctvddfuy6r3zm7d6zklynzzj5(terra13s)' 등 여러 지갑과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terra1gr'은 테라폼랩스가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C)의 지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으며 'terra13s'는 권 대표가 새로 만든 테라 2.0의 검증인 LUNC DAO의 지갑이라고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전했다. 이들은 서로 수천만개에서 1억개에 이르는 루나(LUNA)를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바이낸스 사용자 메모 '104721486' 지갑, 지갑 B, LUNC DAO 지갑, LFG 지갑 모두는 지갑 A에 UST를 공급 했고 이 모든 지갑들이 동일한 소유자의 지갑 혹은 하나의 집단이 관리하는 지갑임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는 것. 해당 주장이 사실이라면 테라폼랩스 또는 LFG가 스스로 테라를 무너트리는 거래를 한 셈이다.

이러한 거래를 한 이유에 대해 코인데스크코리아는 "UST의 페깅(가치 유지)과 디페깅(가치 불일치)의 변동성에 따라 차익을 얻는 이들이 생긴다"며 "지갑 A, 그리고 지갑 B와 연결된 여러 지갑들도 이러한 차익을 얻으려고 위와 같은 거래를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이 여러 이유로 폭락하면서 지갑 A와 연결된 지갑이 LUNA와 UST의 유동성을 흔들었고 페깅을 위한 알고리즘이 더이상 유지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온체인 포렌식 기법을 통해 문제가 있는 지갑과 코인의 흐름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김형우 웁살라시큐리티 대표는 "온체인 데이터 분석 결과 지갑 A와 연결된 지갑 모두 테라폼랩스 관련 회사가 관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테라폼랩스가 시세조종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규제 당국이 바이낸스 등 관련 거래소를 조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위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테라 커뮤니티 소속의 트위터 계정 팻맨(Fatman)은 "그들(코인데스크 코리아와 웁살라시큐리티)이 LUNC DAO 소유라고 밝힌 지갑(terra13s)은 쿠코인(KuCoin)의 핫월렛(hot wallet)이다. 이로써 (TFL) 지갑끼리 연결됐다는 보고서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테라·루나 대폭락 일으킨 '공격자 지갑', 테라폼랩스 소유" 주장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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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