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적 CPI에 높아진 긴축 공포…"다음주 75bp 인상 가능"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40년 만의 최고인 8.6%까지 치솟으면서 긴축 공포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도 함께 증가하면서 뉴욕 증시는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 노동부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6% 급등했다고 10일(미 동부 시간) 발표했다. 4월(8.3%)보다 오름폭이 커진 것은 '정점'으로 믿었던 지난 3월(8.5%)을 넘어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월가 예상치는 8.3%였다. 전월 대비로도 1.0% 급등해 지난 4월(0.3%) 수치와 시장 예상(0.7%)을 크게 상회했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6.0%, 전월보다 0.6% 올랐다. 지난 4월(6.2%, 0.6%)보다 전년 대비 수치는 줄었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은 동일했다.
재앙적 CPI에 높아진 긴축 공포…"다음주 75bp 인상 가능"
물가는 휘발유 등 에너지(전월 대비 3.9% 상승)와 식료품(1.2%), 중고차(1.8%)와 신차(1.0%), 의복(0.7%), 주거비(0.6%) 등 전 분야에 걸쳐 올랐다. 특히 끈끈하고 지속적인 요인인 주거비 상승률이 전월 대비 0.6%나 올라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0.3% 올랐다가 지난 석 달 동안에는 0.5% 상승했었는데 오름세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주거비는 전체 CPI에서 3분의 1가량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다.
재앙적 CPI에 높아진 긴축 공포…"다음주 75bp 인상 가능"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주장이 흔들리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PI 수치는 정말 나쁘다. 더 나쁘지 않았다는 점 말고는 좋은 점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헤드라인 물가는 끔찍할 정도다. 몇 가지 특별한 요소를 빼면 그저 단순히 나쁘다"라면서 "미국의 팬데믹 완화로 서비스 물가가 높아졌고, 중국의 봉쇄로 차량 가격이 다시 상승했지만 그 외에도 다른 모든 게 올랐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 중앙은행(Fed)이 긴축 정책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강해졌다. 골드만삭스는 "당초 6, 7월에 50bp를 올린 뒤 오는 9월에는 25bp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측했으나, 이를 50bp를 인상하는 것으로 수정한다"라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5월 소비자물가의 어떤 구성요소도 Fed에 대한 압력을 줄이지 않는다. 우리의 기본 예측은 다음 세 번의 FOMC에서 50bp 올리는 것이지만, 50bp 인상은 9월 이후에도 계속되거나 더 큰 폭의 인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캐피털이노코믹스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의 놀라운 중가와 근원 물가의 또 다른 강력한 상승은 Fed가 가을까지 일련의 50bp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가야 할 가능성을 높인다. 심지어 다음 주 75bp 인상 가능성의 문도 열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Fed는 인플레이션에 크게 뒤지게 됐다"라며 "이를 따라잡으려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Fed는 시장 반응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게 아니라 경제의 지속성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라면서 시장이 급락하더라도 계속해서 긴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그래도 근원 물가가 가속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작은 긍정적인 점"이라며 "몇 주 뒤에 나올 Fed가 중시하는 PCE 물가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이고, 경제에서는 점점 더 물가 하락요인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