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각한 불경기의 여파로 부동산 임차인들의 차임연체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부동산임대차계약에서 차임이 연체된 경우의 법률효과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민법 제640조, 제641조는, 부동산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경우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임대차계약의 해지사유로 삼고 있다.
차임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경우라 함은, 차임의 연체가 반드시 2기 연속될 것을 요하지 않고, 전후 합하여 연체액이 2기분에 달하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1, 2월분의 차임을 계속 연체한 경우뿐만 아니라, 1월분 연체 후 2,3월분을 지급하였다가 4월분을 연체한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차임연체액이 2기에 달하게 되면, 임대인은 차임연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이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최고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이 점에서 이행지체로 인한 계약해제를 위하여 상당한 기간을 최고해야하는 경우와 차이가 있다). 보통 일반인들은, 차임이 2기 이상 연체된 경우에도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한 번쯤은 임차인에게 내용증명으로 차임의 지급을 촉구하고서야 계약해지가 가능하다고 이해하고 있지만, 계약해지를 위해서 도의적인 차원은 별론으로 하고서라도 법률적으로는 최고가 불필요하다.

한편, 어떤 임대차계약서에는 ‘차임을 2회이상 연체하면 해지의 의사표시 없이도 임대차가 당연히 종료한다’는 이른바 실권약관을 두는 경우가 있다. 이 규정의 효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이러한 실권약관이 대규모 건물의 사무실 또는 점포를 임대차하는 경우에 약관의 형태로 규정되어 있다면,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9조 제2호에서 정한 ‘법률의 규정에 의한 해제권, 해지권의 행사요건을 완화하여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조항’으로 판단되어 무효라는 견해가 다수설이다.
반면, 위와 같은 약관이 아니라 개별적인 임대차계약관계에서의 임대차계약서상에 이러한 조항이 기재되어 있다면, (임대인이 임대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회 이상 차임이 연체될 경우 별도의 해지의사표시 없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조항은, 법률적으로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이 점에 관해서는 다툼이 있을 수 있다).

한편, 2기의 차임액에 달하도록 차임이 연체되어야만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은 민법상 강행규정이므로(제652조), 1기의 차임만 연체되어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이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이다.

그 밖에, 임대차보증금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유로 월세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지가 의문일 수 있으나, 월세연체를 담보할만한 임대차보증금이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으로서는 월세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본다(판례, 다수설).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목적물이 임대인에게 명도될 때까지 차임 및 기타 임차인의 의무를 담보하기 위해 교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임대차목적물이 명도되지 않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즉, 임대차보증금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월세지급을 거부할 권리가 없다.

차임이 연체될 경우 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하는 임차인 보호규정이 적용되지 못하는 사유로 작용할 수도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는 제1항에서,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만료전 6월부터 1월까지에 임차인에 대하여 갱신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는 ‘제1항의 경우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정함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하여, 묵시적 갱신조항을 두고 있어 임차인이 희망하기에 따라 2년간의 기간을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제6조 제3항에서는 묵시적 갱신이 될 수 없는 사유로, ‘2기의 차임액에 달하도록 차임을 연체하거나 기타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의 임차인에 대하여는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묵시적 갱신의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보호법이라고 한다)에도 마찬가지이다. 즉, 상가보호법 제10조는, 일정한 환산보증금 이하의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에 대하여 최장 5년간의 기간동안 임대차기간의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면서, 그 예외사유 중의 하나로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제10조 제1호). 차임연체액이 다른 법에서 정한 2기가 아니라 3기인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임차인의 의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차임이 연체될 경우 임차인의 권리행사에 제한을 가하고자하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갱신요구권행사를 제한받는 사유는, 갱신요구권행사 당시에 차임연체가 3기에 달하는 “현재”의 사실이 아니라, 갱신요구권 행사 당시는 물론, 행사 이전에 그러한 사실이 있었다는 “과거”의 사실이라고 해석될 소지가 있다. 다시 말하면, 차임을 2기 이상 연체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이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기 이전에 차임을 납부하여 그러한 사유가 소멸하면, 2기 이상의 차임연체사실이 있었다는 사유만으로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음에 반해, 상가보호법상으로는 갱신요구권 이전에 3기의 차임액에 달하도록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당시에는 비록 차임을 납부하여 차임연체가 3기에 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3기 이상 차임연체사실을 이유로 갱신요구가 불가능해질 수 있는 소지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해석상 다툼이 있을 수는 있으나,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로 규정하여, 민법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의 규정과 차이가 있으므로, 이와 같은 해석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 밖에, 차임연체와 같은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임대차계약이 해지된 경우에, 민법 643조, 민법 646조에서 정한 부속물매수청구권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다(대법원 1990. 1. 23. 선고 88다카 7245호, 대법원 1997. 4. 8. 선고 96다54249호).

이상과 같이 차임연체는 임차인에게 여러 가지 불이익이 많다는 점에서 임차인 스스로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라도 차임연체문제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상-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