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야기] 주택정책은 저출산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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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식구를 줄여라"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 한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자식을 많이 낳으면 불행한 미래가 닥칠 것이라고 겁을 주는 표어가 진리처럼 여겨지던 시절, 필자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으로 유명해진 강북구 쌍문동에서 누나 하나, 형 둘이 있는 집에 막내 동생을 데리고 쌍둥이로 태어났다. 우리 집이 오남매, 일곱 식구가 되던 날 아버지는 가난하고 자식이 많은 가족이 힘겹게 사는 드라마를 보며 펑펑 우셨다고 한다.
1950년대에 등장한 ‘빈곤의 악순환(vicious circle of poverty)’ 이론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은 먹고 살기에도 힘들어 저축을 할 수 없고, 자본을 형성하지 못한다. 식구가 계속 늘면 먹고 사는 것은 더욱 힘들어진다. 결국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일터로 나가 돈을 벌어야 하고, 노동시장에서는 노동공급이 증가하여 임금수준은 하락하게 된다.
결국 잉여노동과 부족한 자본이 악순환 하는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식구를 줄여 기초소비를 줄이고, 교육을 통해 노동의 질과 임금 수준을 높여야 했다. 정부가 출산을 억제한 것은 초만원을 이룰 삼천리강산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1인당 국민소득을 신속하게 높여 국가자본을 형성하여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6~70년대 베이비붐을 거치면서 ‘가족계획’이라는 명분으로 인구 억제를 국가적 목표로 했지만, 불과 반세기 만에 온 나라가 저출산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식구 줄이기 성과
가족계획정책은 국가자본 형성이라는 목표로만 보았을 때 성공한 정책으로 보인다. 1970년에 합계출산율은 4.53명이었으나, 1983년 2.06명을 기록한 후 33년째 2명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1인당 국민소득은 257달러에서 2,157달러로 8배 이상 증가하였다. 1970년도에 4.5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1980년대 후반 이후 3분의 1 수준인 1.5명 내외로 감소한 상태로 현재까지 유지되는 동안 1인당 국민소득은 작년까지 100배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인구구조의 급진적 변화를 가져왔다. 1960년대 이후 10여년간 인구는 723만 명이 증가했으나, 2000년대 첫 10년 인구증가는 240만 명에 불과하여 1960년대의 3분의 1, 1980년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추세라면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 5,200만 명 수준에서 정점을 찍은 후 2060년대에는 4,400만 명으로 줄어들어 2750년에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자료 : 통계청, 한국은행
저출산 현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
진화학자들은 현대사회의 저출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인간의 생존환경이 변화해 온 과정을 보자. 동물의 습격을 받고, 위생수준이 낮으며, 노동력에 의존하여 식량을 채집하던 시대에는 많은 수의 자손을 낳아 양적인 번식을 하였다.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이 절대 우위의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치안과 법 시스템의 발전, 의학수준 고도화 등으로 신체적 DNA의 생존 확률이 높아진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떠한가? 무조건 많이 낳는 것보다 가문의 사회적·경제적 DNA를 유지·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자손을 길러내는 것이 보다 우위의 생존전략이 되었다.
그저 그렇거나 말썽부리는 자식을 포함한 여러 명의 자식보다 똘똘한 외동자식을 낳고 길러 우수한 자손을 보는 게 더 효율적인 진화 전략이 된 것이다. 농부, 군인, 대장장이, 관료 등이 직업의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높은 수준의 지식이나 기술을 더 많이 습득할수록 성공가능성이 체증하는 환경이 되었다. 성공적인 자손을 양육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자원의 양은 급증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신체적 우위에 비례하여 자녀의 수를 늘려 동종의 생존을 연장하던 과거와 달리 경제적 우위가 중요해진 현대 사회에서 상류층은 경제력 만큼에 비례해서 출산하지는 않게 되었다. 상류층은 중산층이나 빈곤층이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또 다른 상류층과 경쟁해야 하며, 경쟁력 있는 자녀에게 투자해야 하는 자원의 양은 상류층이라고 해서 감당하기 쉬운 것도 아니고 실패했을 경우 손실의 크기도 크기 때문이다.
저출산 해소 지원대책의 현주소
올해 서울 광진구 구의1구역 재건축 분양분 중 특별공급분인 무주택자를 위한 다자녀 가구에 배정된 물량이 미달되었다. 이는 해당 단지가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20세 미만 3자녀 이상을 충족하는 가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택정책 중 다자녀 우대 혜택은 3자녀 이상이 아니면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4년 출생한 신생아를 기준으로 셋째 아이 비중은 전체 10%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6.6%로 전국 평균보다도 30% 이상 낮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 정책은 3자녀 이상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구조다. 그러나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983년 2.06명을 기록한 이후 단 한 번도 1명대를 벗어난 적이 없다. 자녀를 2명도 안 낳는 상황이 무려 33년째 이어지고 있는데도 저출산 대책은 1980년대 1가구 2자녀 정책에 맞춰 셋째를 낳는데 집중돼 있는 것이다. 저출산 정책의 수요자인 청년층, 신혼부부, 한자녀가구, 두자녀가구, 세자녀 이상 가구별로 출산을 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조건이 다르고 추가 출산 확률도 다를 것이다. 현실의 정책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정책 효과의 한계를 보여준다.
저출산 해법으로서의 주택정책, 수요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정부가 작년 말 제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16-2010년)을 발표한 이후 사회 각계에서는 나열식 대책에 불과하며 인구·산업·사회가 선순환 성장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는 출산율 회복을 상위 목표로 정책 카테고리를 재정비하여 일자리 창출, 야근이 당연시 되는 일하는 문화, 높은 사교육비 등 사회구조 전반을 개선해야 함을 의미한다. 정부 각 부처에서 한두 가지 관련 정책을 생색내기 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수십 년간 교육비를 감당하고 높은 결혼비용에 주택까지 마련해주는 애프터서비스를 하고 있다. 자녀를 경쟁력 있는 성인으로 키우는 비용이 지나치게 과다한 사회현실 또한 교정해야 한다.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의 가격을 낮추고 결혼비용에 낀 거품을 없애는 정책이 뜻밖에도 저출산의 문제의 한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1억 인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총활약상’ 같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한다. 파편적인 인구정책이 체계를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잠재적인 출산가능 수요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보면 최적의 정책뿐만 아니라 우리가 바꾸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 한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자식을 많이 낳으면 불행한 미래가 닥칠 것이라고 겁을 주는 표어가 진리처럼 여겨지던 시절, 필자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으로 유명해진 강북구 쌍문동에서 누나 하나, 형 둘이 있는 집에 막내 동생을 데리고 쌍둥이로 태어났다. 우리 집이 오남매, 일곱 식구가 되던 날 아버지는 가난하고 자식이 많은 가족이 힘겹게 사는 드라마를 보며 펑펑 우셨다고 한다.
1950년대에 등장한 ‘빈곤의 악순환(vicious circle of poverty)’ 이론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은 먹고 살기에도 힘들어 저축을 할 수 없고, 자본을 형성하지 못한다. 식구가 계속 늘면 먹고 사는 것은 더욱 힘들어진다. 결국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일터로 나가 돈을 벌어야 하고, 노동시장에서는 노동공급이 증가하여 임금수준은 하락하게 된다.
결국 잉여노동과 부족한 자본이 악순환 하는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식구를 줄여 기초소비를 줄이고, 교육을 통해 노동의 질과 임금 수준을 높여야 했다. 정부가 출산을 억제한 것은 초만원을 이룰 삼천리강산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1인당 국민소득을 신속하게 높여 국가자본을 형성하여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6~70년대 베이비붐을 거치면서 ‘가족계획’이라는 명분으로 인구 억제를 국가적 목표로 했지만, 불과 반세기 만에 온 나라가 저출산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식구 줄이기 성과
가족계획정책은 국가자본 형성이라는 목표로만 보았을 때 성공한 정책으로 보인다. 1970년에 합계출산율은 4.53명이었으나, 1983년 2.06명을 기록한 후 33년째 2명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1인당 국민소득은 257달러에서 2,157달러로 8배 이상 증가하였다. 1970년도에 4.5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1980년대 후반 이후 3분의 1 수준인 1.5명 내외로 감소한 상태로 현재까지 유지되는 동안 1인당 국민소득은 작년까지 100배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인구구조의 급진적 변화를 가져왔다. 1960년대 이후 10여년간 인구는 723만 명이 증가했으나, 2000년대 첫 10년 인구증가는 240만 명에 불과하여 1960년대의 3분의 1, 1980년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추세라면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 5,200만 명 수준에서 정점을 찍은 후 2060년대에는 4,400만 명으로 줄어들어 2750년에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자료 : 통계청, 한국은행
저출산 현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
진화학자들은 현대사회의 저출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인간의 생존환경이 변화해 온 과정을 보자. 동물의 습격을 받고, 위생수준이 낮으며, 노동력에 의존하여 식량을 채집하던 시대에는 많은 수의 자손을 낳아 양적인 번식을 하였다.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이 절대 우위의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치안과 법 시스템의 발전, 의학수준 고도화 등으로 신체적 DNA의 생존 확률이 높아진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떠한가? 무조건 많이 낳는 것보다 가문의 사회적·경제적 DNA를 유지·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자손을 길러내는 것이 보다 우위의 생존전략이 되었다.
그저 그렇거나 말썽부리는 자식을 포함한 여러 명의 자식보다 똘똘한 외동자식을 낳고 길러 우수한 자손을 보는 게 더 효율적인 진화 전략이 된 것이다. 농부, 군인, 대장장이, 관료 등이 직업의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높은 수준의 지식이나 기술을 더 많이 습득할수록 성공가능성이 체증하는 환경이 되었다. 성공적인 자손을 양육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자원의 양은 급증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신체적 우위에 비례하여 자녀의 수를 늘려 동종의 생존을 연장하던 과거와 달리 경제적 우위가 중요해진 현대 사회에서 상류층은 경제력 만큼에 비례해서 출산하지는 않게 되었다. 상류층은 중산층이나 빈곤층이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또 다른 상류층과 경쟁해야 하며, 경쟁력 있는 자녀에게 투자해야 하는 자원의 양은 상류층이라고 해서 감당하기 쉬운 것도 아니고 실패했을 경우 손실의 크기도 크기 때문이다.
저출산 해소 지원대책의 현주소
올해 서울 광진구 구의1구역 재건축 분양분 중 특별공급분인 무주택자를 위한 다자녀 가구에 배정된 물량이 미달되었다. 이는 해당 단지가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20세 미만 3자녀 이상을 충족하는 가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택정책 중 다자녀 우대 혜택은 3자녀 이상이 아니면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4년 출생한 신생아를 기준으로 셋째 아이 비중은 전체 10%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6.6%로 전국 평균보다도 30% 이상 낮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 정책은 3자녀 이상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구조다. 그러나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983년 2.06명을 기록한 이후 단 한 번도 1명대를 벗어난 적이 없다. 자녀를 2명도 안 낳는 상황이 무려 33년째 이어지고 있는데도 저출산 대책은 1980년대 1가구 2자녀 정책에 맞춰 셋째를 낳는데 집중돼 있는 것이다. 저출산 정책의 수요자인 청년층, 신혼부부, 한자녀가구, 두자녀가구, 세자녀 이상 가구별로 출산을 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조건이 다르고 추가 출산 확률도 다를 것이다. 현실의 정책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정책 효과의 한계를 보여준다.
저출산 해법으로서의 주택정책, 수요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정부가 작년 말 제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16-2010년)을 발표한 이후 사회 각계에서는 나열식 대책에 불과하며 인구·산업·사회가 선순환 성장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는 출산율 회복을 상위 목표로 정책 카테고리를 재정비하여 일자리 창출, 야근이 당연시 되는 일하는 문화, 높은 사교육비 등 사회구조 전반을 개선해야 함을 의미한다. 정부 각 부처에서 한두 가지 관련 정책을 생색내기 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수십 년간 교육비를 감당하고 높은 결혼비용에 주택까지 마련해주는 애프터서비스를 하고 있다. 자녀를 경쟁력 있는 성인으로 키우는 비용이 지나치게 과다한 사회현실 또한 교정해야 한다.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의 가격을 낮추고 결혼비용에 낀 거품을 없애는 정책이 뜻밖에도 저출산의 문제의 한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1억 인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총활약상’ 같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한다. 파편적인 인구정책이 체계를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잠재적인 출산가능 수요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보면 최적의 정책뿐만 아니라 우리가 바꾸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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