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출범에 따른 기대감이 작용한 탓인지 아니면 저점이라는 인식이 들어서인지 침체 일로였던 수도권 주택시장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일어나고 있고, 경매시장도 모처럼 햇살이 들었다. 주택 경매물건에 십수명 입찰은 물론 서울이나 수도권 가리지 않고 20명 이상 입찰한 물건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분위기도 그렇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택보다는 상가, 오피스텔 등 임대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 내지 투자상담 사례가 더 많았던 반면 올해 들어서는 주택(특히 아파트)에 대한 투자문의가 더 많아졌다. 주택시장이 이제 장기 침체를 벗어나 정상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가질 법도 하다.
분명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수도권 주택시장 회복을 쉽사리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대내외적 경제변수나 실물경기 침체 상황이 지난해와 다를 바 없고 수도권 미분양은 아직도 증가추세이며, 새 정부 들어 아직 부동산정책 향방이 구체화되지도 못하고 있다.
그나마 시장을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는 정책적 대안으로 분양가상한제 폐지, DTI 완화, 재건축 및 리모델링 규제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등 일부 정책들이 남아 있지만 이들 정책은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클 수 있고 그간에도 정부, 여, 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인 만큼 폐지나 완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 주택시장이 조금 들썩이고는 있다지만 그렇다고 이 추세가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주택시장 회복으로 이어지기에는 다소 힘이 부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토해양부 발표 2월 주택거래량만 봐도 그렇다.
지난 2월 주택거래량은 4만7228건으로 1월에 비해 74.7% 큰 폭 증가했으나 지난해 동월대비 14.2%가 감소했고, 이는 2006년 통계 이후 최저수순이라고 한다. 취득세 추가감면 시한 만료로 지난 1월 거래량이 워낙 큰 폭으로 감소했고, 강남권 재건축 및 지방 혁신도시 중심으로 거래가 있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아직 주택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급매, 경매, 미분양시장도 그 내막을 파헤쳐 보면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급매시장의 경우 단순 급매물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보다는 급매물 중에서도 급매물, 즉 시세보다 10~15% 이상 가격이 빠진 급급매물 위주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매물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경매법정에 투자자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고는 하지만 10명, 20명 이상 입찰경쟁이 붙는 경매물건 대부분이 2회 이상 유찰된 물건, 즉 감정가 대비 30~40% 가격이 빠진 물건들이다. 처음 나온 경매물건은 아예 관심조차 없는 상황이고, 1회 정도 유찰된 물건 역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3명 입찰이 고작이거나 유찰되기 일쑤다.
미분양 물건도 나름 괜찮은 입지이면서 당초 분양가 대비 20~30% 이상 할인 분양하는 중소형 미분양주택 위주로 거래가 되고 있다. 기존 미분양이 지속적으로 감소(1월 -3,899호)하고 있지만, 수도권은 물론 지방까지도 신규 미분양이 비교적 큰 폭 증가(1월 4,040호)해 기존 미분양 소진에 대한 시장 전달력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 세 가지 상품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했다고는 하나 실수요자나 투자자를 불문하고 주택 수요자들에게 정상 매물들은 여전히 높게만 인식되고 있고, 신규 분양물량 분양가에 대한 가격 부담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점이라는 인식 차원에서 매수세에 가담하고는 있으나 혹시 있을지도 모를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공존한 결과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그 불안감 때문에 정상 매물보다는 가격 메리트가 확보된 상품 위주의 주택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주택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단언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세 가지 상품 위주의 거래에서 벗어나 일반 매물 거래가 빈번해지고, 신건이나 1회 유찰된 경매물건에도 입찰자들이 몰리고, 분양시장에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신규 미분양 물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아야 한다.
주택시장 분위기가 분명 지난해와는 다른 온기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이들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온기를 지피고 그 온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지만 아직 새 정부는 그 무언가를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겨를이 없는 모양이다.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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