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최악의 애그플레이션이 닥칠 것이라는 한경 보도(6일자 A1, 5면)다. 비료·유류값 급등에 인력난, 가뭄까지 겹쳐 농사를 포기한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강수량은 전국 평균 160.7㎜로 평년의 51.8%에 그쳤다.

문제는 지구온난화 등의 여파로 가뭄과 폭염 등 이상 기후 현상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팜 도입 등 기술 혁신을 통해 농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농산물 대란을 넘어 식량 위기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스마트팜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바이오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구현한 지능화한 농장이다.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은 2020년 138억달러에서 2025년 22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어서 미래 먹거리이자 유망 수출 산업으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보급률은 1%에도 못 미친다. 농가 대부분이 ‘천수답 경영’을 하고 있다. 농업 강국인 네덜란드의 스마트팜 보급률은 99%에 달한다. 국토 면적과 일조량 등 농업 조건이 우리나라보다 열악하지만,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이 된 이유다. 고령화 국가인 일본도 자율주행 무인 트랙터 등을 활용해 농촌 인력난을 해결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팜 보급률이 낮은 이유는 고령화와 소농 체계 탓이다. 농민을 ‘과보호’하는 정책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도 여야 후보들은 농업직불금 예산 두 배 증액, 농업기본소득 지급 등 퍼주기 공약을 쏟아냈다. 농업보조금 사업만 249개, 투입하는 연간 예산이 16조원에 달하지만 곡물자급률은 20.2%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는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를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세웠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인 농업정책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농업 혁신을 꾀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스마트팜 보급을 서둘러야 한다. 농업 빅데이터 및 AI 인프라 구축, 스마트농업 거점 육성, 기술·인력 및 장비 지원 강화, 한국형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기업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자본과 기술을 투자할 수 있는 길을 터주면 농업이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