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20~23일 한국을 방문해 우리나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 중 눈에 띄는 것은 경제와 관련된 일정이었어요. 바이든 대통령은 첫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경기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평택 캠퍼스)을 찾아가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을 따로 만났고요.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중국에 보란 듯이 한국과 미국의 ‘경제 동맹’(경제적으로 한편이 되어 같이 행동하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습니다.Lee Jae-yongIt is a great honor to welcome president Biden, president Yun, and many distinguished guests to our Pyeongtaek semiconductor campus today. 이재용 부회장이 평택 공장을 방문한 두 대통령을 소개하기에 앞서 한 말입니다. 좀 복잡해 보이죠? It is a great honor to는 ‘~하게 되어 큰 영광이다’라는 표현이에요. 매우 격식을 갖춘, 자주 쓰이는 말이죠. To 뒤에 introduce를 넣으면 ‘~를 소개하게 돼 영광이다’ meet를넣으면 ‘~를 만나게 돼 영광이다’란 뜻이 됩니다. Distinguish는 원래 ‘구별하다’ ‘차이를 보이다’ ‘알아듣다(보다)’라는 의미인데, 뒤에 ed가 붙은 ‘distinguished’는 ‘유명한’ ‘뛰어난’의 뜻이 됩니다. 남들과 구별되거나 차이가 나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훌륭하다는 거겠죠? Many distinguished guests는 정치인이나 회사 밖에서 온 손님 등 그 자리에 있던 ‘여러 훌륭한(귀한) 손님’을 가리킨 거죠. ‘welcome+누구(사람)+to+어디(장소)’라고 말하면 누군가가 어디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말이에요. Welcome to my house는 ‘우리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죠. 위 문장에서 welcome과 멀리 떨어져 있는 to가 보이나요? 참, semiconductor는 컴퓨터나 자동차,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중요한 부품인 ‘반도체’랍니다. “오늘 저희 평택 반도체 캠퍼스(공장)에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 많은 귀빈 여러분을 모시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Chung Eui-sunI’d like to highlight an additional investment related to our future business. This makes the sum of the new US-investment to over 10 billion dollars. 바이든 대통령은 마지막 일정으로 정의선 회장과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공동 기자 회견도 했습니다. 정 회장의 말엔 어려운 단어가 많죠? 우선 highlight(하이라이트)는 어떤 내용의 가장 좋은 부분, 중요한 부분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강조한다’는 뜻이에요. 이 밖에 additional(추가적인: 더 보태는), investment(투자: 돈을 써 공장을 짓거나 사업을 늘리는 것), future business(미래 사업), sum(총합계: 다 더한 것), US(미국: the United States), over 10 billion dollars(100억 달러 이상)도 있네요. I’d는 I would를 줄인 말인데, would like to~는 공손하게 ‘~ 하고 싶다’고 말할 때 씁니다. Related to~는 ‘~과 관련이 있는’이란 뜻이에요. “저는 우리의 미래 사업과 관련한 추가적인 투자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미국에 대한 새로운 투자 총액이 100억 달러를 넘도록 만듭니다.” 정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오기 전 55억 달러를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만드는 공장을 짓겠다고 이미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보태서 50억 달러를 더 투자하겠다고 한 거죠. 미래 산업이란 인공지능, 완전 자율주행차 프로그램, 미래 도시에서 사람들을 태우는새로운 교통수단 같은 것을 가리켜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들이 미국 대통령과 미국 기자들 앞에서 영어로 이렇게 발표했네요. 글로벌 시대에 사업가든 연예인이든 누구라도 영어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by 문혜정 기자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회사의 결단이 없다면 끝까지 간다.”지난 3일 현대자동차 노사 단체교섭에서 나온 안현호 노조위원장의 선언이다. 노조가 올해 제시한 역대급 임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현대차 상당수 생산직 연봉이 다시 1억원을 넘어섰음에도 연봉 인상 요구가 거세지는 모습이다.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월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기본급 인상액(월 7만5000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이른바 ‘묻고 더블로’ 협상안이다. 성과급과 관련해선 ‘순이익의 30%’를 요구했다. 작년 순이익의 30%를 전체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20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회사 측은 반도체 공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감안했을 때 노조의 요구안이 너무 과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교섭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됐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만족할 만한 합의안이 나올 때까지 ‘굵고 길게’ 협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노조 집행부가 강성으로 평가받는 만큼 4년 만에 파업 우려도 나온다. 실제 파업을 시작하는 곳도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는 7일부터 예정대로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강성 노조에 밀려 대폭 임금을 인상한 회사도 속속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3사(현대중공업·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는 지난달 가까스로 2021년 단체교섭을 마무리했다. 3사 모두 기본급 7만3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과 148~462%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노사는 조만간 올해 단체교섭을 시작할 예정이다.아직 올해 임금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기업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정보기술(IT)·전자업계가 올해 두 자릿수 안팎 임금 인상에 합의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설명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올해 연봉 예산을 각각 15%, 10%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9%로 결정했다. 직원들은 인센티브를 포함해 지난해보다 15% 이상 더 받을 전망이다.대기업들의 일률적 연봉 인상은 연공형 임금 체계에 따른 인건비 상승, 대·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직무·성과형 임금체계 도입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김일규/정지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정년을 유지한 채 연령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노동계에서 단체교섭을 통해 아예 임금피크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대다수 기업은 이번 판결과 관련이 없는 만큼 노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게 경영계 분석이다.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과 관련,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한 결과 95.7%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발표했다.경총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정년연장형과 관련 없을 뿐 아니라 정년유지형 중에서도 예외적 사례”라며 “대부분 기업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 노조는 판결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올해 단체교섭에서 임금피크제 자체를 아예 없애려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만 59세 임금 동결 및 만 60세 기본급 10% 삭감’ 제도를 폐지하고, 연령별로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계해 정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경총은 이에 대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고령자고용법상 연령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도 기존 규정상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했다면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그런데도 노조가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면 기업은 ‘고용 보장 자체’로 임금피크제의 정당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때 노사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했다는 점도 대응 논리 중 하나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과 고용 보장을 위해 노사 간 합의로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총은 이 같은 대응 방안을 회원사들에 배포하기로 했다.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