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의견 두루 듣자는 취지…선수별로 비대위원장도 추천
비대위원장 인사권 침해·비대위 내 계파 대리전 가능성 우려도
민주, 비대위에 '선수별 대표 위원' 포함 검토
더불어민주당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를 수습할 비상대책위원회에 선수(選數)별 대표를 한 명씩 뽑아 비대위원으로 합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쇄신의 주축이 될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두루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친문재인계와 친이재명계 사이의 갈등이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비대위 내 계파 대리전 양상이 촉발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초선, 재선 등 선수별 의원 한 명씩을 비대위원으로 추천하기로 했다"라며 "여기에 당연직 비대위원인 원내대표와 이들이 함께 비대위원장 인선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대행을 맡은 박홍근 원내대표는 선수별로 간담회를 열어 비대위원장에 적임인 인물을 추천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가 선수별 비대위원 선출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이유는 비대위 구성과 향후 활동에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비상 의원총회 성격으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는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공감대를 얻었다고 한다.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이 지방선거 기간 쇄신 의지를 담은 기자회견을 했을 때 당 구성원의 동의를 얻지 않아 문제가 됐던 사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선수별 비대위원을 뽑게 되면 초선과 재선, 3선 의원 각각 한 명씩 비대위에 합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여기에 외부 인사를 수혈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직전을 비롯해 지난해 4월 재보선 패배 및 올해 대선 패배 직후 비대위를 꾸린 바 있다.

세 차례의 비대위 모두 비대위원 인선 권한은 비대위원장이 쥐고 있었다.

이 때문에 실제로 각 선수의 의원을 비롯해 비대위원 인선을 상당 부분 사전에 결정하는 것은 결국 비대위원장의 인사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중심을 잡고 비대위를 운영해야 할 비대위원장에 힘이 실리지 않을 수 있다"며 "박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먼저 정하면 인선은 그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파색이 짙은 의원이 선수별 비대위원에 임명됐을 경우 비대위가 오히려 갈등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초선 의원은 "당연히 계파 논리에서 자유로운 인물을 비대위원으로 추천하지 않겠나"라며 "그 같은 지적은 기우"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