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난 꼰대일까, 멘토일까
‘난 꼰대인가, 아닌가?’ 로펌의 대표변호사가 된 뒤 가끔 이런 자문을 해본다. 우리 사회의 화두인 MZ세대와의 소통은 로펌도 예외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청년변호사들과 조화를 이루는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로펌 경영의 화두가 됐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개인보다 조직이 우선하는 문화에 익숙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한쪽이 희생하는 구조로는 조직 자체가 유지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협력과 상생’이 이뤄져야 조직도 살고, 핵심인 인재도 그 조직을 매력적으로 보고 선택한다.

로펌에서 인재 확보는 가장 중차대한 책무 중 하나다. 지금 로펌과 법률사무소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사무실에 맞는 인재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그들이 보람을 느끼며, 소속감을 갖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과제다. 대표를 비롯해 법조 생활을 먼저 경험한 인생 선배들의 후배들에 대한 책무이기도 할 것이다.

젊은 변호사들과 일하면서 가능하면 불리고 싶지 않은 호칭이 ‘꼰대’다.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일체의 감수성을 확장하는 것이 리더십의 이상향이며, 이를 방해하는 사고방식이 이른바 ‘꼰대 기질’이라고 생각한다. 꼰대의 특징 중 하나가 ‘나는 옳다’며 자기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이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감대 떨어지는 훈계, 어설픈 위로, 편협한 사고는 꼰대의 극치다. 이런 것들이 바로 건전한 조직문화와 화합을 해치는 것으로 우리 선배들이 단호히 배격해야 할 것이 아닐까. 여기서 다시 자문해 본다. ‘난 꼰대인가?’

우리 사무실은 내부에 ‘경력개발위원회’를 구성해 청년 변호사들의 경력을 개발하고, 정책과 제도 개선에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취합·반영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은 멀고, 현실은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앞으로는 제도 개선에 그치지 않고 유연한 상호 소통, 존중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개인적으로 ‘손과 발’을 좀 더 많이 쓸 생각이다.

그래도 양보할 수 없는 선은 필요한 것 같다. 조직이 살아야 개인도 살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 본다면 그것도 꼰대 기질 1단계가 발동한 것일까? 조직의 목표가 개인의 성취보다 우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조직과 개인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쪽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대표로서 나의 책무인 것 같다.

꼰대는 ‘나 때는 말이야’라며 과거 이야기를 하고, 멘토는 ‘앞으로는 말이야’라며 미래 지향적인 얘기를 한다고 하는데 난 꼰대인가, 멘토인가? 조화로운 공존으로 구성원 모두가 자기 성취를 이룰 수 있는 미래의 율촌을 꿈꾸며 좋은 선배, 존경받고 믿음직한 멘토가 되길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