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신간] 그녀를 그리다·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그녀를 그리다 = 박상천 지음.
지난 2013년 갑작스럽게 아내를 떠나보낸 시인이 삶의 곳곳에서 느낀 아내의 흔적을 수년에 걸쳐 시로 옮겼다.

시인은 아내가 담가놓은 마지막 김치 포기에서, 딸과 둘이 마주 앉은 식탁에서, 아내가 단추를 모아 둔 반짇고리에서 곁에 없는 아내를 되살린다.

'술 적게 마시라는 잔소리까지도/ 나를 충전시키는 전원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살다 보면 살아진다'며 '밥을 먹다가도/ 갑자기 울컥하며 목이 메어/ 한참을 멍하니 있는 때도 많았지만/ 살다 보니 살아졌다'고 토로한다.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 '사랑을 찾기까지', '말없이 보낸 겨울 하루', '낮술 한잔을 권하다' 등을 펴냈다.

나무발전소. 112쪽. 1만원.
[신간] 그녀를 그리다·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팻 바커 지음. 고유라 옮김.
1995년 '고스트 로드'로 부커상을 받은 영미문학 대표 작가 팻 바커의 장편 소설이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신화를 변주해 전쟁이 파괴한 삶에서 고통을 떠안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작가는 익숙한 신화 속 인물을 미묘하고 복잡한 캐릭터로 재구축하고, 새로운 여성화자 브리세이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브리세이스는 트로이의 도시 국가 리르네소스의 왕비였지만, 아킬레우스의 노예로 전락했다.

자신과 같은 처지로 끌려온 여성들은 전장에서 더러워진 옷을 세탁하고, 베틀로 천을 짜고, 전사자를 염습하면서 병영의 세간을 떠받친다.

그는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로스, 오디세우스 등의 영웅을 관찰하면서 이들을 신화적 지위에서 끌어내리고,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들의 삶을 증언한다.

비에이블. 448쪽. 1만4천800원.
[신간] 그녀를 그리다·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언노운 = 이진 지음.
2017년 수림문학상을 받은 이진 작가의 청소년 소설이다.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성으로 고민하는 고등학생 우현이 자신을 온전히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우현은 자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혼란스러워하며 성별 이분법적 사고에 의구심을 갖는다.

엄마 영주에게도 이런 고민을 털어놓지만, 이해받지 못한 우현은 어느 날 지예라는 친구를 만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은 '절친'이 된다.

소설의 각 장은 우현, 지예, 영주의 시점이 전환되며 서술된다.

갈등을 거쳐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나아가지만,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의 극적인 화해로 결론 내지 않는다.

작가는 날카로운 말에 상처 입은 세상의 '우현'들에게 온전한 나를 찾고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며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해냄출판사. 224쪽. 1만6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