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가구 1주택자의 올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일시적 2주택자는 취득세 중과 배제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해 이 기간 취득세율을 8%에서 1~3%로 깎아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1주택자의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반포자이 세금 1300만원↓

1주택자 보유세 2년 전 수준으로…서초 반포자이 1300만원 덜 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보유세를 주택 가격 급등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재산세와 종부세 부과 때 올해 공시가 대신 2021년 공시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재산세는 작년부터 특례세율로 부과하고 있어 2021년 공시가만 적용해도 1주택자는 2020년보다 적은 세금을 내게 된다. 종부세는 2021년 공시가를 적용하면서 과세표준의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60~100%)을 조정해 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출 방침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을 통해 받은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84㎡)의 올해 보유세는 정부의 인하 조치가 없을 경우 2413만원에 달하지만, 정부 조치에 따라 2020년 수준으로 완화되면 1106만원으로 낮아진다. 보유세 부담이 54.2% 줄어드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84.59㎡)는 560만원에서 343만원으로, 래미안 옥수리버젠(84.81㎡)은 609만원에서 331만원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82.61㎡)는 1579만원에서 837만원으로 부담이 낮아진다.

다만 이는 올해 공시가를 적용했을 때 보유세와 2020년 보유세 추정액을 단순 비교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 부과 때 2021년 공시가를 적용한 뒤 실제 부담액이 2020년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도록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추가로 조정할 계획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80%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부터 이를 5%포인트씩 높이기로 했고 올해는 100%로 오를 예정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낮추기로 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낮출지는 종부세 부과고지 시점인 오는 11월 전에 정할 방침이다. 시행령상 허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100%다.

“똘똘한 한 채에 몰릴 것”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려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70%대 이하로 낮춰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 주택 공시가격이 이 기간 큰 폭으로 올라 기존 수준인 80%로 인하하는 정도로는 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 75%를 적용하면 올해 세 부담은 447만원으로 계산된다. 2020년 세 부담 343만원보다 100만원 이상 높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직접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을 택한 건 ‘여소야대 국회’ 때문이다. 올해 보유세 부과 때 2020년 공시가를 적용할지, 2021년 공시가를 적용할지는 조세특례제한법 등 법 개정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공시가 적용’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반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시행령에 위임돼 있어 정부가 정할 수 있다.

정부는 일시적 2주택자의 취득세 중과 배제 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 주택을 1년 내 매도하는 경우에만 중과 배제를 적용해줬지만 윤석열 정부는 일시적 2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인정 기간을 2년으로 늘리면서 취득세도 기준을 맞추기로 했다. 중과 배제는 5월 10일 이후 거래분부터 소급적용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1주택자의 주택 보유세를 줄여주고, 다주택자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을 통해 한시적으로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줬다”며 “서울 강남과 한강변, 교통망 확충 예정지,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등으로 수요자가 몰리는 쏠림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하헌형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