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있는 하르키우 최전방을 찾아 재건 의지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를 떠나 전투 현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개전 후 처음이다.

2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에서 전황을 보고받고 피해 현장을 둘러봤다. 하루키우는 러시아에 점령 당했다가 우크라이나군이 되찾은 곳이다. 2주가량 러시아군의 공격이 잠잠했지만 최근 들어 포격이 재개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탄조끼를 착용한 채 폭격으로 무너져내린 건물 곳곳을 살펴봤다. 하르키우 시장 등과 회의를 열고 방공호를 갖춘 현대식 주택 건설 방안도 논의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하루키우에서 건물 2229채가 파괴됐다"면서 "우리는 악한 세력이 찾아온 모든 지역을 복구하고 삶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선을 지키는 우크라이나 병사들도 격려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지켜준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몸 조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르키우 방어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지역 보안 책임자를 해고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프랑스 TF1 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독립국으로 인정한 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의 해방이 무조건적인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 28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모든 지역을 되찾을 것"이라며 영토 수복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안을 놓고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EU는 오는 30~31일 열리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EU는 경제 피해를 우려하는 헝가리를 위해 헝가리를 통과하는 송유관은 금수 조치에서 일시 제외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유조선으로 통해 수입되는 러시아산 원유만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헝가리는 추가 조건을 요구하면서 제재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만약 EU가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헝가리를 포함시키지 못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단일한 입장에 큰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