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랠리가 사흘째 펼쳐졌습니다. 27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가 1.76%, S&P500 지수가 2.47% 급등했고 나스닥은 3.33%나 뛰어올랐습니다. 지난 사흘 동안 시장은 오후로 갈수록 상승 폭이 커졌고, 종목 수의 80% 이상이 상승하는 등 '시장의 폭'도 상당히 넓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번 주 랠리의 특징은 점심때부터 더 상승 폭이 가팔라진다는 것"이라며 "점심을 아예 먹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밤 JP모건의 트레이딩 데스크는 메모를 내고 "매수 주문만 빗발쳤다"라며 "엔비디아가 내리자 공격적 사자 주문이 쏟아졌고, 수많은 공매도 커버링이 발생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시장 상황이 그동안 너무 나빴던 만큼 꼬여있던 많은 스프링이 갑자기 풀리면서 S&P500 지수는 지난 20일 최저점에서 순식간에 6.4%나 올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자금도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EPFR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한 주 동안 거의 210억 달러가 글로벌 주식 펀드로 유입됐으며, 이는 10주 만에 최대 규모입니다. 기업 내부자 매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수급에 있어 좋은 뉴스입니다.

이러다 보니 S&P500 지수는 한 주 동안 6% 가까이 올라 이날 4158에 마감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인 2월 24일부터 두 달간 박스권(4200~4600)에서 움직일 때 기록했던 저점 수준을 다시 상향 돌파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 발표된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대체로 예상과 부합하며, '인플레이션 정점론' '미 중앙은행(Fed) 매파 성향 정점론'에 힘을 실었습니다. 전년 대비 6.3%, 전월 대비 0.2% 올라 3월(6.6%, 0.9% 상승)보다 둔화한 것입니다. 월가 예상(6.2%, 0.2%)과 비슷했습니다. 전년 대비 PCE 물가 오름폭이 둔화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입니다. 큰 폭으로 떨어진 전월 대비 물가 하락엔 휘발유 등 유가가 3월보다 낮아진 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는 전년 대비 4.9%, 전월 대비 0.3% 오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3월(5.2%, 0.3%)보다 살짝 낮았습니다. 전년 대비 수치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초 이후 처음 두 달 연속 둔화했습니다. 근원 PCE 물가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가장 중시하는 물가 지표입니다.
내용이 아주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3개월 연속 근원 PCE 상승률이 0.3%(전월 대비)에 그쳤고, 근원 수치가 작년 12월 이후 4개월 만에 5% 미만으로 떨어지며 '인플레이션 정점론'을 어느 정도 뒷받침했습니다. ING는 "근원 인플레이션 수치가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락 속도는 느려질 것이고, 더 많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필요한 길고 느린 하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ING는 물가가 빠르게 의미 있는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바꾸어야 하며 △미국의 노동 공급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셋 다 당장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어쨌든 물가가 예상처럼 정점을 찍고 내려오자 금리도 하락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2.756%에서 이날 2.748%로 하락했습니다. 3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도 소폭 하락해, 한 달 내 최저 수준인 101대에 머물렀습니다.
정작 월가가 반긴 것은 물가보다 함께 발표된 개인소비지출(PCE)이었습니다. 4월에 0.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고 3월 수치는 1.1% 증가에서 1.4% 증가로 상향 수정되어 소비가 여전히 강력함을 확인했습니다. 4월 개인소득은 0.4% 올랐는데, 소득보다 훨씬 더 많이 소비한 것입니다. 월가는 지출은 0.7%, 소득은 0.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소득은 증가하지 않았고, 지출은 0.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라스무센의 조셉 브루셀라스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수치는 미국이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다는 주장을 잠재울 것"이라며 "미국 가계는 매우 강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계속 소비하다 보니 저축률은 4.4%까지 떨어졌습니다. 2008년 9월 이후 최저입니다. 앰허스트 피어폰트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가계가 마침내 4조 달러의 초과 저축을 꺼내쓰는 지점에 도달했다”라고 말했습니다.
5월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지수 확정치는 잠정치 59.1보다 더 낮은 58.4로 집계됐습니다. 전월(65.2)보다 크게 둔화한 것으로 2011년 8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인들의 경제 자신감이 낮아진 것이죠.
미국의 4월 상품수지 적자는 전월보다 15.9% 감소한 1059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수출은 전월보다 52억 달러 증가했고, 수입은 148억 달러 감소한 덕분입니다. 이는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보다 나아질 것이란 뜻입니다. 무역적자는 지난 분기 경제를 위축시킨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1분기엔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총생산이 마이너스 1.5%를 기록했었지요.

유통업체 얼타뷰티도 예상보다 나은 1분기 실적과 함께 가이던스를 높여 '소비'가 이어지고 있음을 재확인했습니다. 얼타는 12.4% 상승했습니다. 전날 좋은 실적을 내놓은 코스트코도 1.24% 올랐습니다.

지나치게 과매도 된 상태에서 강력한 상승세가 나타나다 보니 비관론자들도 당분간 랠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증시의 지표가 극단적 약세 영역에 있고 200일 이동평균선에 비해 과매도 된 주식들이 많다"라면서 "거래 가능한(Tradable) 한 반등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 채권 금리, 미국 달러와 Fed의 매파적 성향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베어마켓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하넷 전략가는 랠리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퇴색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는 "나는 너무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S&P500 지수가 4200보다 높아지면 사그라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티펠의 배리 배니스터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일종의 써머 랠리"라고 말했습니다. 통상 여름은 계절적으로 수익률이 높을 때가 아닙니다. 그래서 써머 랠리라고 하면 약한 랠리, 가능성이 크지 않은 랠리 등을 말합니다. 그는 "S&P500 지수가 4000 이하로 떨어졌을 때 놀랐다. 나는 주식이 떨어질 것으로 봤지만, 그렇게 하락할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시장은 지금 수준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1월 고점인 4800 근처까지는 가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여름이 진행됨에 따라 투자자들은 회사채 시장과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주시할 것이며, 이는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주가가 다시 떨어질 지 여부를 알게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말씀드린 데로 이번 랠리는 강합니다. 주식뿐 아니라 위험자산 전반, 특히 하이일드 채권의 스프레드까지 다 큰 폭 하락했습니다. 지난 24일 494bp까지 벌어졌던 하이일드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이)는 430bp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사토리펀드의 댄 나일스 설립자는 "5월12~17일 S&P500 지수가 4% 랠리 했을 때는 회사채 시장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하이일드펀드의 수익률은 약간 내렸다. 그러나 19~26일 S&P500 지수가 4% 오를 때는 하이일드펀드 수익률도 4% 올랐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나일스는 "Fed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보면 6, 7월 50bp씩 올린 뒤 기준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할 가능성을 나타낸다. 베어마켓 랠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나일스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경기 침체를 맞아 깊은 약세장이 발생할 것으로 보지만, 지난 13일부터 "다음 5% 움직임은 상승 방향일 것"이라고 단기 랠리 가능성을 제기한 사람입니다.
나일스가 지적했듯 이번 베어마켓 랠리는 기본적으로는 Fed가 바닥을 깔아준 것입니다. 6, 7월 50bp씩 올리고 9월에는 25bp 인상하거나 일시 중단한다고 앞으로 석 달 동안의 그림을 제시한 것이죠. 이로 인해 'Fed 매파 정점'이 만들어지자, 투자자들이 뛰어든 것입니다. 헤지펀드 출신의 CNBC의 론 인사나 선임 분석가는 "Fed는 할 일을 다했다"라고 주장합니다. Fed가 금리를 급히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은 이미 그 이상으로 긴축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주택시장 등 금리에 민감한 영역은 (Fed가 원하는 만큼) 급하게 냉각되고 있다는 것이죠. 그는 "정점을 친 것 같은 인플레이션은 Fed에게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긴축을 끝낼 여지를 주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Fed를 담당하는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이번 주 시장에서 Fed가 9월에 금리 인상을 일시 중지할 가능성에 대해 놀랄 만큼 많은 얘기가 돌고 있다. 이런 추측은 몇 주 전 75bp 인상론과 같이 너무 앞서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는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① 지금부터 9월 사이에 많은 경제 지표들이 나온다 ②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주 WSJ 행사에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이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하락하는 것이며, 그렇게 될 때까지 계속 밀어붙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방식"이라는 문구를 세 번이나 사용했다. ③ 인플레이션이 지표가 더 악화하는 것은 멈췄지만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개선 사항이 있는가? 전년 대비 3개월 평균 근원 PCE 물가 등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파월 의장은 "지금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매우 미묘한 차이를 읽을 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라는 것 등입니다. 티미라오스 기자는 이른바 'Fed 인사이더'입니다. Fed가 뭔가 원할 때 그는 'Fed 내부는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쓰는 적이 많습니다. 티미라오스의 트윗을 보면 Fed는 주식이 뛰어오르며 금융여건이 다시 완화되고 있는 지금 상황을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 전략가는 "S&P500 지수는 8주 만에 첫 주간 상승을 기록했다. 일부는 Fed가 몇 주 전에 추정했던 것만큼 금리 인상에 공격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면서 위험 선호도가 높아진 게 원인이다. 하지만 이는 Fed에 대한 수수께끼를 제시한다. 연준이 9월에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관측은 주가 상승과 모기지 금리 하락을 부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실질적으로 하락하기 전에, 이미 금융여건이 완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고 맹세하고 있는 Fed로서는 악순환의 시작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위기는 또다시 나타날 것입니다. 지난 1월 3일 S&P500 지수가 4818.62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시장에 조정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5% 이상 상승한 랠리가 네 번 발생했고, 3월 랠리는 저점에서 12%까지 올랐습니다. 지금 다섯 번째 랠리가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이미 S&P500 지수는 지난 목요일 장중 기록한 3810.32보다 340포인트, 9% 이상 상승했습니다. 주가수익비율(P/E)도 이제 16배 초반을 바닥으로 반등해 17배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 평론가는 "이제는 저렴하다기보다는 중립적"이라며 "이전 네 번의 랠리는 물론 다시 상승 폭을 반납하고 새로운 저점으로 더 미끄러졌다. 현재의 랠리가 계속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뉴욕생명자산운용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횡보할 수 있고, 기술적 트레이더들의 손에 있는 것 같다. 뉴욕생명은 그것을 따라가고 있고 기술적으로 매매하고 있다. 그냥 개인투자자라면 시간을 내서 투자하기에는 좋은 시장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 블랙록 투자연구소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 시장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습니다. 이날은 씨티그룹이 미국 주식에 대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밸류에이션이 낮은 유럽, 신흥 시장에 투자할 것을 권했습니다. 씨티는 "시장은 높은 불확실성과 Fed로부터의 확실성 부족으로 거품 요소가 꺼지는 모습을 보인다"라면서 "Fed가 약해진 증시와 성장에 대해 반응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티미라오스 기자의 지적처럼 시장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경제 지표 발표는 이어집니다. 우선 다음 주 3일 5월 고용지표가 나옵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신규고용 32만5000개로 4월(42만8000개)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32만5000개 일자리 창출도 대단한 것이죠. Fed가 제시하고 시장이 믿고 있는 '6, 7월 각각 50bp 인상' 시나리오를 뒷받침할 뜨거운 수치입니다. 이날 함께 나오는 5월 시간당 임금은 5.2% 증가로 나와 4월의 5.5%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매우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임금-물가 나선형 상승 공포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오는 1일에는 채용공고(JOLTs) 수치도 발표됩니다.
같은 날 미국공급협회(ISM)의 제조업 PMI도 나옵니다. 경기 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지표입니다. 원래 Fed가 긴축에 들어가면 악화하는 지표인 데다, 공급망 혼란과 인플레이션이 지속하고 있으므로 그리 좋지 않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주인 6월 10일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됩니다. 중고차 가격 등은 안정되고 있고 4월에 치솟았던 항공료도 살짝 꺾였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하지만 유가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AAA에 따르면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5월에 다시 급등해, 한 달 전보다 11%, 작년 이맘때보다 51% 이상 올랐습니다.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4월 PCE 물가는 거의 30일 전 수치이며, 5월 데이터는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문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이익 감소가 본격화되면 주가가 버티질 못할 것이란 주장입니다. 2분기 어닝시즌은 7월 14일 JP모건의 실적 발표로 막을 올립니다. 월가 관계자는 "6월, 7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50bp 인상은 거의 확정적이지만 인플레이션이 빨리 떨어지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걱정이 살아날 것"이라며 "이런 험난한 시기를 다 넘어야 8월 말 '잭슨홀 피벗'(Jackson hole pivot)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잭슨홀 피벗이란 오는 8월 25~27일 열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릴 중앙은행 심포지엄에서 파월 의장이 투자자 모두가 바라는 '긴축 일시 중지'를 시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진정한 바닥은 그때쯤 나타날 수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