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같지 않네"…글로벌 자동차, 中 전기차 시장서 밀려나
과거 내연차 시장을 주름잡았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중국 전기차(EV)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화에 실패한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 등 과거 내연차 시장을 선도하던 기업들이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코토 우치다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 중 몇몇은 3~5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여객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신에너지차(전기차, 충전식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부문에서 판매량 10위 안에 든 유일한 수입차는 테슬라(3위)뿐이었다. 나머지는 BYD, 우링, 샤오펑 등 모두 중국 브랜드였다. 폭스바겐이 중국의 디이 자동차와 합작해 내놓은 모델이 15위에 오르며 면을 세웠다.

중국 전기차업체 BYD의 기세가 맹렬하다. BYD는 올해 들어 중국에서만 전기차를 39만대 판매했다. 중국 내 테슬라 판매량의 3배에 달한다. 배터리 부문에서도 강세다. 중국 완성차와 부품, 대학 등으로 구성된 중국전기차산업기술혁신전략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신에너지차 배터리 시장에서 BYD의 점유율은 16.2%에 불과했으나 지난 4월 33%로 상승했다.

과거에 비하면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1990년대 중국 전체 승용차 판매량 중 수입차의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올해 1~4월 수입차의 점유율은 52%로 떨어졌고, 지난달만 보면 43%로 하락했다.

중국 내 승용차 시장의 판도도 변하고 있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기차 판매량은 총 149만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증가했다. 전체 승용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였다. 같은기간 내연차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고전은 중국 현지화 실패 때문이다. 지급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온라인 쇼핑인 타오바오 등 중국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앱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전기차에서는 가동되지 않는다. 반면 중국 전기차들은 창문 개방부터 음악 재생까지 하나의 앱에서 가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갖췄다.

미국 크라이슬러의 사업전략부장을 지낸 빌 루소 오토모빌리티 대표는 “전통적인 내연차업체들은 정보기술(IT)에 취약하다”며 “승용차를 주행할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는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이 이뤄져야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