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에 상승세를 탄 식품업체들이 하반기에 인플레이션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원가 상승을 가격 인상으로 피할 수 있는 업체 위주로 ‘옥석 가리기’를 하라고 조언했다.

"리오프닝 덕본 식품주, 이젠 옥석 가릴 때"
18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오리온 하이트진로 농심 롯데칠성 등 국내 13개 음식료품업체의 올해 1분기 매출 합산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오른 15조7432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9% 오른 1조2186억원이었다. 주가도 큰 폭으로 뛰었다.

롯데칠성은 연초 대비 39%, SPC삼립은 12% 이상 올랐다. 유가증권시장 음식료품업종지수는 올해 들어 3.38%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1% 이상 빠진 것을 고려하면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하반기부터는 세부 업종별로 희비가 갈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럽 시장 밀 가격은 지난 16일 t당 438.25유로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 소맥 평균 가격은 2020년 1분기 대비 77%, 옥수수는 120%, 팜유는 138%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류, 외식 등 실질 수요가 늘어나는 업종은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라면 가격 인상으로 1분기 영업이익률이 상승한 라면업체들은 팜유와 포장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종목 위주로 투자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강력한 수요 증가가 뒷받침되는 롯데칠성, 식품 대장주로 시장 지배력이 높은 CJ제일제당 등을 추천 종목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농심 SPC삼립의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분기부터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본격적 반영하기 시작할 때 라면·제빵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이 높은 두 업체는 가격을 빠르게 인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