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테스트·보조금…수출 中企 버팀목 된 중진공
엑스골프(옛 알디텍)는 2003년 스윙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볼 주변과 바닥 등에 설치한 320개 센서가 1초에 10만 번 볼과 클럽의 움직임을 잡아내 클럽헤드의 진입 각, 궤적, 임팩트 각 등을 측정해 분석했다. 골퍼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기술력은 갖췄지만, 판로가 마땅치 않았다. 고심하던 이 회사는 세계적으로 스크린골프 인기가 높아지던 2020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중진공이 제공한 대안은 수출바우처(쿠폰 형태의 보조금) 사업. 엑스골프는 총 1억200만원어치의 바우처를 활용해 한국어 홍보 자료를 영어와 중국어로 마련했다. 해외 지식재산권도 확보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빚어진 물류대란 속에서도 국적 해운선사 HMM과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엑스골프는 작년 직접 수출 520만달러(약 66억3500만원)를 달성했다. 전년 대비 80% 이상(2020년 290만달러) 증가했다. 엑스골프 관계자는 “수출바우처 사업 덕분에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미국 수출도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진공이 수출시장 개척과 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조력자로 쏠쏠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엑스골프처럼 중진공의 수출바우처 제도를 활용한 기업은 작년에만 1080곳이 넘는다. 중진공은 해외 마케팅 및 해상·항공 등 국제 물류비를 지원했다. HMM과의 협업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항으로 가는 정기선을 마련하고 총 158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운송했다.

중진공은 수출 희망 기업의 해외 진출에 앞서 사전 시장 테스트를 지원하는 ‘사전입주제’도 작년에 도입했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세계 12개국에 거점을 마련해 수출 유망 중소기업 549개를 지원했다.

지역 기업의 신사업 발굴 등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구에 있는 산업용 영구자석 제조기업 성림첨단산업은 중진공의 신시장진출 지원자금 10억원으로 해외 수주 물량에 대응했다. 이어 받은 성장공유형자금 20억원으로 생산설비 규모를 확대했다. 그 결과 이 회사의 작년 수출은 전년 대비 79% 증가한 717만달러에 달했다.

전북에 있는 자동차 조향장치 제조기업 티앤지는 납품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2020년 경영난에 빠졌다. 중진공으로부터 긴급경영안정자금 10억원을 지원받은 결과 작년 매출 397억원, 영업이익 7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을 찾았다.

김학도 중진공 이사장(사진)은 “지역 기업 성장 지원사업에 작년 기준 전국 1449개사가 참여했으며 기업 평균 매출은 17.8%, 수출액은 13.2%, 고용 인원은 6.9%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