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민간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내년으로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규제 완화 기대로 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할 조짐을 보이자 부동산 공약 이행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11일 입수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을 내년 상반기 개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1170쪽에 달하는 이행계획서는 인수위의 국정과제 발표(5월 3일)에 앞서 지난달 작성됐다.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으로 꼽히는 안전진단 규제 완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부동산 공약이다. 법 개정 없이 국토교통부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가능해 이르면 상반기 추진될 것으로 기대됐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의 내용이 포함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도 내년 이후로 미뤄진다. 인수위는 이행계획서에서 “임대차 제도 개편을 위해선 임대차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입법 여건상 단기간 내 개정이 어렵고, 개편 발표 후 개정 전까지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 시행 후 2년이 되는 오는 8월 갱신청구권 만료에 따른 시장 상황 등을 모니터링한 뒤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앞서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에 대해서도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신도시 주민들이 ‘공약 뒤집기’라며 반발하자 “재정비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다른 부동산 공약은 법안 발의·개정을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올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장 안정을 위해 어느 정도의 속도 조절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행계획서와 관련, “인수위가 새 정부에 건의한 과제의 실무적 차원의 계획서”라며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 내용 외에 추가로 설명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