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밖으로 튀어 나온 기차…"동화같은 목공예 회화 세계로"
박현웅 작가(53)의 전시장은 언제나 함박웃음을 짓는 관람객으로 가득 찬다. 알록달록한 색채와 귀여운 캐릭터, 왕눈깔 사탕 등 아기자기한 조형이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되살려주기 때문이다. 벽에 걸린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웃음은 놀라움으로 바뀐다. 평면인 줄 알았던 작품이 실제론 나뭇조각을 여럿 쌓아 만든 반입체 작품이어서다. 관람객의 표정엔 하나같이 “만져봐도 되나요?”가 쓰여 있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박 작가의 개인전 ‘잠시 구름처럼 쉬어감,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며’가 열리고 있다. 신작 15점을 비롯해 여행을 주제로 만든 목공예 회화(사진) 4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목공예 회화는 말 그대로 공예처럼 나뭇조각을 자르고 색칠한 뒤 짜 맞춰 만든 그림이다. 일반 회화처럼 벽에 걸 수 있으면서도 입체감을 겸비했다. “공예는 한계가 있다는 걸 절감했어요. 회화는 그냥 벽에나 걸어 놓으면 되지만, 공예 작품은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공예 작품을 가까이 두고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목공예 회화라는 장르를 고안했습니다.”

작업 과정은 회화보다 공예에 가깝다. 연필로 종이에 스케치한 뒤 필요한 ‘부품’을 만들어 붙이는 식이다. 그림을 구성하는 나뭇조각들은 북유럽산 자작나무를 실톱으로 자른 뒤 색을 칠해 제작한다. 이렇게 만든 나뭇조각을 3~8겹 붙이면 그림이 완성된다. 전시장에 걸린 ‘세잔’처럼 나뭇조각을 기계장치 부품과 같이 짜 맞춰 장난감처럼 손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작품도 있다.

박 작가의 발랄한 작품은 웃음과 행복을 이끌어내는 마력이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한국 본사나 강원대 어린이병원 등에 그의 작품이 걸려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아이들만 좋아하는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자녀나 손주 선물용으로 작품을 구입한 사람이 전체의 절반 정도”라며 “나머지는 박 작가의 독창적인 양식과 완성도를 높이 평가한 컬렉터들이 구입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막바지, 박 작가가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가 보여준 화면 속에선 여러 목공예 회화 작품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박 작가는 “요즘 취미 삼아 만들고 있는 움직이는 목공예 회화”라며 “나뭇조각으로 기계장치를 만들고 오르골 동력장치를 연결해 그림이 움직이도록 한 건데, 언젠가 이런 작품만으로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했다. 그의 눈에 동심이 가득 묻어났다.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