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메이트' 사라 두테르테, 실세 부통령 역할 기대
'권력욕의 화신' 모친 이멜다, 막후 영향력 행사할 듯
아내 리자는 유명 변호사…"어머니와는 다른 길 걸을 것"
아내와 어머니에 부통령까지…마르코스 주변 여성 3인방 '주목'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이 차기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의 주변에 있는 실세 여성 3인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부통령에 당선된 사라 두테르테(43) 다바오 시장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딸인 사라는 이번 선거에 마르코스와 러닝 메이트를 이뤄 출마해 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당초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됐었다.

지난해 10월 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로 마르코스를 제치고 수위를 달렸다.

그러나 주변의 기대와 달리 부통령 후보 등록을 마친 뒤 마르코스와 러닝 메이트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마르코스는 지지율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한때 펄스 아시아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60%를 기록하기도 했다.

필리핀 정계에서는 마르코스의 대선 승리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사라와의 '원팀' 구성을 꼽고 있다.

마스코스는 사라와 러닝 메이트를 이루면서 집권당인 PDP라반의 리더이자 대통령인 두테르테의 정치적 영향력과 기반을 토대로 지지층을 넓히는데 성공하면서 결국 대권을 쥐게 됐다.

마르코스가 대선 가도에서 두테르테 가문에 큰 빚을 진 만큼 앞으로 향후 국정 운영 과정에서 부통령인 사라가 단순히 2인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할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내와 어머니에 부통령까지…마르코스 주변 여성 3인방 '주목'
어머니인 이멜다(92)도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멜다는 독재자인 남편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보석류와 명품 구두 등을 마구 사들여 '사치의 여왕'으로 불렸다.

뿐만 아니라 메트로 마닐라 시장과 주택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요직을 맡아서 왕성하게 대외활동에 나섰다.

지난 1986년 시민 혁명인 '피플 파워'가 일어나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하와이로 망명한 뒤 3년 뒤 사망했다.

그러나 이멜다의 강하고 집요한 권력욕은 결국 마르코스 가문의 정치적 재기를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이멜다는 1992년 귀국해 대선에 도전했다가 낙마했지만, 1995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3회 연임에 성공했다.

그의 딸 이미도 가문의 정치적 고향인 북부 일로코스노르테주에서 3선 주지사를 지냈다.

아들인 마르코스는 일로코스노르테주에서의 정치적 기반을 배경으로 주지사와 상원의원에 선출된 뒤에도 늘상 어머니로부터 자문을 받으며 정치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이번 대선도 모친인 이멜다의 권유로 출마했다고 실토했다.

마르코스는 최근 CNN필리핀과의 인터뷰에서 "물론 나 자신이 결정해서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쳤지만 어머니의 권유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따라서 마르코스가 취임하면 권력욕의 화신인 이멜다가 아흔살을 넘긴 고령에도 불구하고 국정 주요 현안과 관련해 아들에게 훈수를 두려할거라고 다수의 정치 애널리스트들은 내다보고 있다.

필리핀 정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마르코스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어머니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인물로 알려져있다"면서 "장기집권한 독재자를 남편으로 뒀던 여성인 만큼 권력에 대한 의지와 애착이 남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와 어머니에 부통령까지…마르코스 주변 여성 3인방 '주목'
아울러 마르코스의 아내인 리자(62)도 향후 퍼스트레이디로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을 끈다.

현직 유명 변호사인 리자는 남편이 일로코스노르테 주지사로 활동하는 기간에 영행력 행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업무를 중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가난한 수감자들을 위해 무료 변론에 나서는 등 봉사 활동에 나섰다고 마르코스는 지난 3월 열린 미디어 포럼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아내는 자신의 어머니와는 다른 길을 걸을거라고 강조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돼도 공직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