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삼성 '제2의 후쿠다 보고서' 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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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성능·반도체 품질 논란
삼성 경영진 위기의식 촉구
이재용標 명확한 비전 제시해야
윤성민 논설위원
삼성 경영진 위기의식 촉구
이재용標 명확한 비전 제시해야
윤성민 논설위원
2014년 오늘(5월 10일)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날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후일 부고에서 ‘선지자(visionary)’로 칭송한 위대한 경영인으로서 그의 삶은 사실상 이날 마감했다.
요즈음 삼성전자에는 그가 있었더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이 화불단행(禍不單行) 격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갤럭시S22의 성능과 관련해 소비자 2000여 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젊은 고객들이 삼성이 발열 제어 기능의 원가 절감을 위해 게임 사양을 강제로 떨어뜨리는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를 디폴트화했으며,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기만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수율 문제로 엔비디아 퀄컴 등 대형 고객의 파운드리 일감을 대만 TSMC에 빼앗긴 일도 삼성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양대 축인 스마트폰과 반도체의 품질 균열은 1993년 ‘이건희 신경영’의 촉발제가 된 ‘후쿠다 보고서’를 소환한다. 후쿠다 보고서는 당시 삼성전자 고문인 일본 교세라 출신의 디자이너 후쿠다 다미오가 쓴 일종의 삼성 경영 진단서다. 당시 일본 기업 베끼기에 급급한 삼성 임직원의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자기들이 제일이라는 자만에 빠져서 창조적인 도전을 하지 않는다.” 삼성은 이류이며, 현 상태로선 절대 일류기업이 될 수 없다는 게 보고서의 참담한 결론이었다.
후쿠다는 세 차례나 윗선에 보고서를 올렸는데도 안 먹히니, 사표 쓸 각오를 하고 이 회장에게 직접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기내에서 몇 번이고 보고서를 읽은 이건희는 자만과 안일에 빠져 있는 조직을 총체적으로 혁신하리라 결심을 굳힌다. 그 의지의 표현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다.
이건희가 근래의 품질 사건들을 접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는 양떼기 경영에서 질 경영으로 전환하라는 주문에 임원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과일 포크를 탁자에 집어던지고 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세탁기 문짝이 맞지 않는다고 생산 직원이 대충 칼로 잘라 맞추는 일들을 보고는 구미사업장에 휴대폰 등 불량 제품 15만 개를 쌓아 놓고 직원들로 하여금 망치로 부수고 불태워 버리게 했다. 그의 이런 처절한 몸부림이 세계 1위를 넘어 ‘초(超)격차’를 지향하는 오늘날의 삼성을 만든 원동력이 됐다.
삼성전자는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작년 매출 280조원은 올해 국가 예산(608조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그런 영향인지 삼성 경영진에선 위기의 목소리가 그다지 들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젊은 직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더 큰 듯하다. 올해 입사 5년차 반도체 엔지니어는 얼마 전 이재용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그는 “회사에 다니면서 위기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위태롭게 여겨진다”며 과도한 납기 설정과 낮은 업무 성취, 연구소 내의 열패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전형적으로 매너리즘과 관료제에 젖은 조직에서 나타나는 폐해다.
정치권은 이 부회장이 사면복권 되지 않아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는 데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국가적 이익을 위해 이재용과 삼성을 활용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사면복권이 경영 정상화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6만 전자’에 묶여 있는 것은 경영 공백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 부회장이 시장에 제시하는 비전이 불명확한 탓도 없지 않다. 이건희는 세계 일류라는 비전과 품질이라는 가치를 화두로 던졌다. 그가 혁신의 원칙을 매뉴얼화한 것이 ‘지행 33훈’이며, 그 일훈(一訓)이 다름아닌 ‘위기의식’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의 위기의식을 일깨울 ‘제2의 후쿠다’ 보고서가 쓰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요즈음 삼성전자에는 그가 있었더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이 화불단행(禍不單行) 격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갤럭시S22의 성능과 관련해 소비자 2000여 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젊은 고객들이 삼성이 발열 제어 기능의 원가 절감을 위해 게임 사양을 강제로 떨어뜨리는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를 디폴트화했으며,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기만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수율 문제로 엔비디아 퀄컴 등 대형 고객의 파운드리 일감을 대만 TSMC에 빼앗긴 일도 삼성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양대 축인 스마트폰과 반도체의 품질 균열은 1993년 ‘이건희 신경영’의 촉발제가 된 ‘후쿠다 보고서’를 소환한다. 후쿠다 보고서는 당시 삼성전자 고문인 일본 교세라 출신의 디자이너 후쿠다 다미오가 쓴 일종의 삼성 경영 진단서다. 당시 일본 기업 베끼기에 급급한 삼성 임직원의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자기들이 제일이라는 자만에 빠져서 창조적인 도전을 하지 않는다.” 삼성은 이류이며, 현 상태로선 절대 일류기업이 될 수 없다는 게 보고서의 참담한 결론이었다.
후쿠다는 세 차례나 윗선에 보고서를 올렸는데도 안 먹히니, 사표 쓸 각오를 하고 이 회장에게 직접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기내에서 몇 번이고 보고서를 읽은 이건희는 자만과 안일에 빠져 있는 조직을 총체적으로 혁신하리라 결심을 굳힌다. 그 의지의 표현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다.
이건희가 근래의 품질 사건들을 접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는 양떼기 경영에서 질 경영으로 전환하라는 주문에 임원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과일 포크를 탁자에 집어던지고 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세탁기 문짝이 맞지 않는다고 생산 직원이 대충 칼로 잘라 맞추는 일들을 보고는 구미사업장에 휴대폰 등 불량 제품 15만 개를 쌓아 놓고 직원들로 하여금 망치로 부수고 불태워 버리게 했다. 그의 이런 처절한 몸부림이 세계 1위를 넘어 ‘초(超)격차’를 지향하는 오늘날의 삼성을 만든 원동력이 됐다.
삼성전자는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작년 매출 280조원은 올해 국가 예산(608조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그런 영향인지 삼성 경영진에선 위기의 목소리가 그다지 들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젊은 직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더 큰 듯하다. 올해 입사 5년차 반도체 엔지니어는 얼마 전 이재용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그는 “회사에 다니면서 위기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위태롭게 여겨진다”며 과도한 납기 설정과 낮은 업무 성취, 연구소 내의 열패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전형적으로 매너리즘과 관료제에 젖은 조직에서 나타나는 폐해다.
정치권은 이 부회장이 사면복권 되지 않아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는 데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국가적 이익을 위해 이재용과 삼성을 활용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사면복권이 경영 정상화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6만 전자’에 묶여 있는 것은 경영 공백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 부회장이 시장에 제시하는 비전이 불명확한 탓도 없지 않다. 이건희는 세계 일류라는 비전과 품질이라는 가치를 화두로 던졌다. 그가 혁신의 원칙을 매뉴얼화한 것이 ‘지행 33훈’이며, 그 일훈(一訓)이 다름아닌 ‘위기의식’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의 위기의식을 일깨울 ‘제2의 후쿠다’ 보고서가 쓰이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