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74% "학생들, 코로나 전보다 학습능력 떨어져"
“일상회복 이후에도 급식 먹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한 학년에 2~3명씩 있어요. 코로나 기간에 감염을 우려해 학교 급식을 먹지 않거나, 집에서 원격수업을 들으며 제시간에 밥을 챙겨 먹지 않은 게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원래 아이들은 학교에서 밥 먹는 시간을 제일 기다리는데, 급식을 안 먹을 정도로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30년차 중등교사 최모씨)

“아이들이 수업 도중에도 몰래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더라고요. 한 수업시간에 압수한 휴대폰만 10개가 넘은 날도 있었어요. 휴대폰을 미리 걷으면 숨겨놨던 태블릿PC로 보기도 하고요. 코로나 기간에 워낙 디지털 기기를 끼고 살아서 그런지, 제지해도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는 아이도 많아요.”(4년차 초등교사 장모씨)

“등교 습관 안 들어 지각 늘었다”

이달 초부터 모든 학교가 정상 등교를 시작하며 교육 현장도 빠르게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 기간 동안 집에서 혼자 원격수업을 듣는 데 익숙해진 많은 학생이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은 에듀테크기업 아이스크림미디어와 함께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교사 522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태도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복수응답 가능)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97.5%인 5091명이 “코로나 전과 비교해 학생들의 학습·생활방식이 변했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학습 결손을 가장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어떤 점이 가장 변했느냐’는 질문에 74.4%가 ‘학습 결손으로 학습 능력이 뒤처진다’고 대답했다. 중학교 교사 정모씨(54)는 “자기관리 능력이 부족한 아이나 가정에서 챙겨주기 어려운 아이들은 학습 결손이 심각하다”며 “교사가 따로 전화를 걸어 제시간에 원격수업에 접속하게 만들어도 모니터만 켜놓고 수업은 듣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상적으로 등교할 때는 수업에서 직접 아이들이 집중하도록 독려하거나, 방과 후 또는 쉬는 시간에 따로 모아놓고 추가 보충학습을 도와줄 수 있는데 코로나 기간에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학교 생활 규칙을 지키기 어려워하는 학생도 늘었다. 교사의 66.3%는 학생들이 ‘생활 규칙을 지키기 어려워한다’고 응답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제시간에 등교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 윤모씨(31)는 “코로나 이전에는 지각하는 아이가 한 반에 1~2명 수준이었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3~4명으로 늘었다”며 “코로나 때 등교를 하지 않다 보니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학교 갈 준비를 하는 습관이 형성되지 않았고, 수면 패턴도 어그러져 제시간에 잠들고 일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교사 78% “기본 생활규칙 지도 시급”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절제하지 못한다’고 답한 교사도 38.1%에 달했다. 고등학교 교사 신모씨(27)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며 “필기할 수 있도록 수업시간에 태블릿PC 사용을 허락해주면 몰래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다 들키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이 밖에 ‘친구를 사귀거나 협동하기 어려워한다’(49.1%), ‘집에서 듣는 수업에 익숙해져 등교를 거부하거나 꺼려한다’(15.9%),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졌다’(14.7%)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교육을 정상화하면 무엇부터 지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교사의 78.2%(4082명)가 ‘기본적인 생활 규칙’을 꼽았다. 학생들이 우선 학교에 정상적으로 등교하고 규칙에 맞춰 생활해야 학습 결손이나 공동체 생활 등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학습 격차 해소를 위한 추가 교과 보충 수업’(47.4%), ‘공동체 생활 능력, 교우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모둠활동·동아리·수학여행’(31.0%) 등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