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렇게 초조하지?' 고객 본 은행 보안요원의 눈썰미
BNK부산은행 해운대구 반송동 반송운봉영업소 직원은 초조한 눈빛으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60대 여성을 발견했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보안 업무를 담당하던 로비 매니저 박주현 씨(46) 지난 26일 오전 11시께 계속해서 휴대전화기를 들여다보는 A씨를 발견했다.

박 씨는 직감적으로 수상함을 느끼고 창구 상담 순서를 기다리는 A 씨에게 다가가 "도와드릴 일 없나"라고 물으며 문자메시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A씨 휴대전화에 수신된 문자메시지엔 “엄마, 휴대전화기 액정이 파손돼 수리 중인데 대신 받은 휴대전화기로 문자만 가능해. 마트 상품권 신청한 것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대신해줘”라고 적혀 있었다.

이와 함께 애플리케이션 설치 링크가 첨부됐고 앱을 설치한 뒤 아이디를 알려달라는 요구사항도 있었다.

박 씨는 문자 메시지를 본 뒤 가족을 사칭한 피싱 범죄임을 확신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박 씨는 이미 피싱 범죄를 예방해 4차례 표창장을 받은 적이 있는 베테랑 로비 매니저로 알려졌다.

전화가 고장 났다며 다른 사람의 명의로 연락해 주민등록증 사진이나 개인 정보 등을 요청하는 피싱 사기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또한 지난 2월 "드디어 내게도 왔다"면서 자녀를 사칭한 피싱 문자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왜 저렇게 초조하지?' 고객 본 은행 보안요원의 눈썰미
당시 정 부회장이 받은 메시지에는 "아빠 나 휴대전화기 고장 나서 AS 맡겼어. 통화 안 되니깐 이 번호로 문자 보내 줘. 휴대전화기 보험 신청하려고 하는데 휴대전화기가 켜지지 않아서 인증받지 못해. 아빠 휴대전화기 연결해서 보험 신청하면 안 돼? 아빠 주민등록증 사진 찍어서 이 번호로 보내줘"라고 적혀 있었다.

정 부회장은 "딸이 아무리 예뻐도 주민등록증 사진 찍어서 보내면 안 된다. 딸은 당신의 주민등록증이 필요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피싱 사기는 자녀나 지인을 사칭해 신분증 사진, 신용카드 정보,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탈취해 피해자 모르게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편취하는 수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기범은 주로 가족 등 지인을 사칭하며 신분증 촬영 및 계좌번호·비밀번호 등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고, 원격조종 앱 및 전화 가로채기 앱 등 악성 앱을 설치토록 해 피해자 휴대폰으로 전송되는 인증번호 및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정보 등을 탈취한다. 피해자의 신분증 및 금융거래정보를 이용해 수시입출금 계좌 잔액을 직접 이체할 뿐 아니라 저축성 예금·보험 해지, 피해자 명의로 비대면 대출받는 피해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아들 또는 딸이라며 신분증 및 금융거래정보 등을 요구한다면 메신저피싱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문자로 회신하기 전에 반드시 전화 통화 등으로 아들 또는 딸이 보낸 메시지가 맞는지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어떤 경우에도 신분증 및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제공해서는 안 되며, URL을 터치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