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전용 전기차 EV6. <기아 제공>
기아 전용 전기차 EV6. <기아 제공>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이 올 1분기 유럽 시장에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역성장한 가운데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며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26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분기 유럽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한 26만935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폭스바겐그룹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이 기간 역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등 글로벌 부품 공급난 여파 속에서도 생산최적화를 만들어 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 1분기 유럽 자동차 판매량은 12.3% 줄었다. 공급망 불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겹치면서 신차 등록 대수가 9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전쟁이 본격화된 지난달에는 판매량이 18.8% 급감했다.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쫓아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나홀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은 이 기간 점유율도 뛰어올랐다.

1위 폭스바겐그룹은 전년 동기 대비 15.4% 감소한 65만5383대의 차량을 판매해 23.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스텔란티스는 판매량 52만3977대(전년 동기 대비 21.7% 감소)로 19.0%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현대차그룹은 전년 동기 대비 2.6%포인트 늘어난 9.8%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이 1분기 유럽 시장에서 3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르노그룹이 6.7% 줄어든 24만2549대, BMW그룹은 11.11% 감소한 20만1541대를 각각 팔았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상위 주요 완성차 그룹들의 판매량이 일제히 떨어졌다.

전동화 차량 등 친환경차 판매가 특히 돋보였다.

기아는 올 1분기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체(EFTA) 등 서유럽 시장에서 총 1만4269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8.7% 점유율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점유율 10.0%의 테슬라였다.

기아는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연간 6만3419대의 전기차를 팔아 점유율 5.4%로 6위였지만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한 첫 전용 전기차 EV6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유럽 전기차 시장 선두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1분기 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11만43대로 전년 대비 75.2% 증가했다. 전체 판매량 가운데 친환경차 비중이 15.8%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포인트 확대됐다.

유형별 판매량을 보면 니로·쏘렌토·스포티지 등으로 구성된 하이브리드차가 5만1025대(전년 동기 대비 68.7% 증가), 니로·씨드·쏘렌토를 중심으로 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1만5868대(4.3% 증가), EV6·니로EV 등 전기차가 4만3150대(148.9% 증가) 등이었다.

특히 국내와 서유럽 시장에서 니로EV의 판매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EV6까지 가세하면서 전체 차량 가운데 전기차 판매 비중이 국내 7.6%(지난해 2.7%), 서유럽 16.1%(지난해 10.6%) 등으로 더 커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