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250원을 돌파한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250원을 돌파한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달러 매수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25일 오후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원·달러 환율이 1250원 선을 넘보는 수준까지 오르자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구두개입에 나섰다. 지난 3월 7일 1230원 선을 방어하기 위한 구두개입에 이어 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외환당국 구두개입에도 장중 1250원 뚫어…"1280원 갈 수도"
하지만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무색하게 원·달러 환율은 장 마감 직전 1250원10전까지 치솟았다. 결국 1249원90전으로 마감하면서 가까스로 1250원 선을 지켰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긴축 예고에 원화 약세(달러 강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60원 가까이 올랐다. 지난 18일 1230원대를 돌파한 뒤 불과 1주일 사이 1250원을 위협할 정도로 급등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22일 5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못 박은 데 이어 앞으로 두세 차례 연속적인 빅스텝을 기정사실화했다. 파월 의장은 긴축을 “앞당겨 시행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언급해 6월 회의에서도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6월에는 0.5%포인트가 아니라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도 봉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 둔화 우려는 더 커졌다.

미국의 긴축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관측에 중국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과 시장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기는 ‘1250원’대를 위협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1250원을 넘어섰던 것은 단 두 차례에 그친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다. 당시 1250원을 넘어섰지만, 기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250원을 넘어 1260원까지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외환당국 개입 등의 영향이 있겠지만 1260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때처럼 환율이 달러당 1300원 선 위로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전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달러당 1280원 선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환율이 급등하면 외국인 주식 매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은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데 달러 가치가 오르면(환율 상승) 주식 매도로 확보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음달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5월 금통위 결정의 큰 변수”라며 “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올릴 수 있는데, 이후 자본 유출입이나 환율 움직임 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환율 수준에 대해서는 “아직 원화의 절하 폭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심한 편은 아니다”며 “원화는 1월 기준으로 보든,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작된 2월 말 기준으로 보든 달러 인덱스(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 상승에 비해 절하된 정도가 거의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특정 환율을 목표로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당연히 앞으로 미국 금리가 더 올라가면 (원화 가치가) 절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환율을 정책 변수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격하게 쏠림 현상이 있거나 변화가 있을 때 조정하는 역할은 할 수 있어도 환율을 타깃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