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유출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방역 통제로 인한 중국 경기 악화 상황을 고려하면 위안화 약세가 더욱 가속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신규 코로나19 감염자는 이틀 연속 2만명대를 나타냈다.

24일 시나차이징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중국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전날보다 0.79% 급등한 1달러당 6.5015위안으로 마감했다. 역내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6.5위안을 넘은 것은 2021년 8월20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오르는 것은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며, 그만큼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인민은행은 최근 위안화 약세를 감안해 22일 외환시장 개장 전 기준환율을 전날 대비 0.78% 오른 6.4596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 역내시장의 환율은 인민은행 고시환율의 상하 2% 내에서 움직일 수 있다.

고시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역외시장인 홍콩 외환시장에선 22일 위안화 환율이 0.73% 오늘 6.5247위안을 기록했다. 이 역시 2021년 4월15일 이후 1년여 만의 최고치다.

외국인은 최근 중국 금융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의 중국채권 순매도는 1125억위안으로 2월 803억위안에 이어 두 달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주식시장에서도 역대 세 번째인 450억위안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중국채권 매도 추세는 미국과 중국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드는 데 대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개발도상국인 중국의 금리는 선진국인 미국에 비해 높은 것이 일반적이며,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런 금리 차이를 보고 중국채권에 투자해 왔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미국이 연 0.25~0.5%, 중국이 연 3.7%로 여전히 차이가 크지만, 미국은 올해 7차례 이상 올릴 예정인 반면 중국은 경기침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최소한 동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 등 주요 경제권을 수시로 봉쇄하면서 중국 경기는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봉쇄가 지속된 상하이의 3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7.5%, 소매판매가 18.9% 감소하는 등 지표 악화가 확인되고 있다.

23일에는 수도 베이징에서 22명의 신규 감염자가 추가하면서 중국 방역당국이 더욱 고삐를 죌 것이란 전망도 커지고 있다. 베이징 기준으로는 신파디 시장을 기점으로 한 집단감염이 퍼지던 2020년 6월13일 36명 이후 최대치다. 베이징시는 이번에 감염자가 다수 발생한 차오양구 판자위안가(가는 한국의 동에 해당)를 봉쇄식 관리에 착수했다.

중국의 수출 증가세마저 둔화하는 추세여서 외국인 자금이 더 빠르게 유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JP모간은 6월 말 환율 전망치를 기존 6.35위안에서 6.5위안으로 조정했다. BNP파리바도 6.4위안에서 6.6위안으로 상향(위안화 평가절하)했다.

중국 외환관리국은 중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발전을 지속할 것이며, 현재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상황이어서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인의 채권·주식 매도세도 2분기에는 매수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선 위안화 약세가 수출에는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중국 당국이 완만한 약세(환율 상승)를 유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