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에 훈련·행정 기능 아우르는 첫 전용체육관 건립…탁구협회도 이전
조직위원장 맡은 현정화 감독 "유망주-대표선수 함께 훈련할수 있어 의미 커"
2024년 한국 탁구 홍천 시대…레전드가 합심해 이뤄가는 30년 꿈
"탁구를 잘했다는 것만으로는 이제 만족을 못 하겠어요.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수해 후배들에게 뭔가를 남겨주겠습니다.

"
홍천탁구전용체육관 건립 조직위원장을 맡은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의 말이다.

강원도와 홍천군, 대한탁구협회는 지난달 28일 홍천읍에 탁구전용체육관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홍천탁구전용체육관은 단순히 대회를 치르는 기능만 하지 않는다.

국가대표팀, 연령별 대표팀이 머물며 훈련할 수 있도록 2인 40실 규모의 숙소가 함께 마련된다.

체육관에서 80m 떨어진 곳에 건물이 하나 더 지어지는데, 이곳에는 대한탁구협회가 입주한다.

국가대표 훈련, 축구 행정 기능을 모두 아우르는 곳으로 대한축구협회가 건립을 추진 중인 천안축구종합센터와 같은 콘셉트다.

한국 탁구의 '메카' 역할을 할 전용체육관 건립은 한국 탁구인들의 숙원과제였다.

2024년 한국 탁구 홍천 시대…레전드가 합심해 이뤄가는 30년 꿈
과거 대한탁구협회는 경기도 기흥에서 국가대표 훈련원을 운영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1970년대 중반 지어진 기흥 훈련원에서 현정화 감독, 대한탁구협회 유남규 부회장, 김택수 전무이사 등 한국 탁구의 전성기를 이끈 스타들이 탄생했다.

한국 탁구의 산파 역할을 하던 기흥 훈련원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로 당시 협회장이던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이 물러나면서 운영이 중단되고 말았다.

한국 탁구는 유승민 탁구협회 회장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금맥이 끊겼다.

탁구인들은 유망주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시설이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고, 그때마다 '제2의 기흥 훈련원'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19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리고 있는 홍천종합체육관에서 만난 현정화 감독은 "내가 기흥훈련원에서 그랬듯이, 어린 유망주들이 선배 대표선수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2024년 한국 탁구 홍천 시대…레전드가 합심해 이뤄가는 30년 꿈
김택수 전무이사는 "진천선수촌이 있지만, 통제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출입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국가대표 훈련 파트너가 돼줄 선수들도 중요한데 전용 경기장이 생기면 훈련 효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천탁구전용체육관 건립을 위해 탁구 '레전드'들은 합심해서 뛰었다.

전용체육관 건립을 위해 여러 지자체 관계자들을 발 벗고 만나고 다니던 유 회장이 홍천군의 '긍정적인 의사'를 확인한 지난 2월이다.

이후 두 달도 안 된 지난달 28일에 업무협약이 맺어졌다.

김 전무이사가 현역 시절 보여준 풋워크처럼 빠르게 실무를 처리했다.

김 전무이사와 유 회장은 아테네 올림픽 때 사제지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단 둘이 통화할 때도 김 전무이사가 '상급자'인 유 회장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쓴다고 한다.

유 회장은 사업 추진이 현실화하자 한국 탁구 레전드 가운데 가장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현 감독에게 체육관 건립 조직위원장 자리를 부탁했다.

2024년 한국 탁구 홍천 시대…레전드가 합심해 이뤄가는 30년 꿈
사업이 잘 마무리된다면 한국 탁구는 2024년 대표팀 훈련 기능을 겸비한 첫 탁구전용체육관을 품게 된다.

2024년은 기흥 훈련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1994년으로부터 꼭 30년이 되는 해다.

또 한국에 탁구가 도입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탁구협회는 1924년 1월 경성일일신문사에서 개최한 '핑퐁경기대회'를 한국 탁구의 시작으로 본다.

이날 홍천탁구전용체육관 부지를 찾아 유 회장, 현 감독 등 탁구인들을 만난 최문순 강원지사는 "새 전용체육관은 세계 탁구의 흐름을 주도하는 센터가 될 것"이라면서 "탁구를 사랑하는 분들이 언제든 찾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 탁구의 역사도 함께 느낄 수 있게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