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교육부장관 후보자, 대학 개혁 적임자 맞나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자질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총장 재임 시절 일으킨 크고 작은 의혹이 해소되기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가는 분위기다. 김 후보자는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2020년 교내 회계부정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골프선수 학점 특혜, 학부모 직업 전수조사 등으로 재학생들과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최근 공개된 영상에선 학생 대표에게 반말을 하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대학들은 그러나 김 후보자의 지명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그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시절 ‘대학 자율성 확대’ ‘규제 완화’ 목소리를 낸 만큼 등록금 인상 규제를 풀어줄 것이란 기대에서다. 대학들의 ‘숙원’인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도입도 이끌어주길 바라고 있다.

대학들은 14년째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해 재정난에 빠져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지난 몇 년간 교육부의 정책은 지나치게 초·중·고교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김 후보자는 대학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균형 있는 정책 지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기대가 실현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높아 보인다. 당장 학생·학부모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작년 한국교육개발원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2%만이 ‘사립대 지원 확대’에 찬성했다. 반대는 54%에 달했다. 대학생들은 벌써부터 등록금 인상 반대를 외치며 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학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은 잊을 만하면 터진 사학 비리가 원인이다. 대학 감사를 담당했던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대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과 재정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면 학생 부담이 가중되는 일을 막기 위해 국가장학금 확대 등 예산 확대도 불가피하다. 정치적 합의 없이 교육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얘기다.

김 후보자가 작년 5월 국회 공청회에서 한 발언도 논란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그는 “사립대에 설사 비리가 어느 정도 상존한다고 하더라도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이 돼도 이 같은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정치적 합의에는 난관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후보자가 대학 구조 개혁이라는 진정성을 갖고 교육부 장관 자리에 뛰어든 것이라면 개인 의혹 해소에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대학 구조 개혁은 투명성 강화와 함께 추진돼야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