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쪽 편들기 부담스러운 文
민주엔 신중 입법, 檢엔 개혁 주문
"국민들 檢 수사 공정성도 의심"
김 총장은 면담 후 사퇴 철회
靑 면담 결과 전해들은 고검장들
"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할 것"
민주, 법사위 소위 열고 심사
"4월 국회 아니면 기회 없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을 70분간 면담했으며,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법안 내용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文, 민주당·검찰 모두에 자성 메시지
문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서 김 총장의 의견을 듣고 “국민이 검찰의 수사 능력을 신뢰하는 것은 맞지만,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며 “과거의 역사를 보더라도 검찰 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법제화와 제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는 민주당의 법안을 포함한 검찰개혁 논의의 배경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로, 검찰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기보다는 성찰을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며 “국회의 입법도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이 ‘국민을 위한 것’으로 보기엔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민주당에 지나친 일방통행식 법안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검찰이 국회를 상대로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이 검사들을 대표해 직접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용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총장이 중심을 잡으라”고 격려했다. 전날 제출한 김 총장의 사표에 대해서는 “검찰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반려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민주당과 검찰 중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강 대 강’ 충돌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한 대안을 주문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검수완박에 대한 김 총장의 반대뿐 아니라 대안까지 경청한 뒤 나온 것”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드렸다”며 사퇴를 철회했다.
검수완박 법안 법사위 소위 상정
문 대통령과 김 총장의 면담이 끝날 무렵,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민주당)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사를 위해 오후 7시 소위를 소집했다. 하지만 절차적 문제를 두고 다투는 과정에서 오후 9시40분이 넘어서야 비로소 안건이 상정됐다.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정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의석수 등이 다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주 법사위에서 법안을 의결하고 다음주 초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인 5월 3일 공포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법안소위에 상정한 법안을 1~2일간 추가로 심의하기로 했다.
검찰 일단 숨고르기…‘국회 설득’ 선회
검찰은 일단 한발짝 물러나 김 총장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진행 중인 논의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전국 고등검찰청 검사장들은 대검찰청에서 긴급회의를 마친 뒤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 많은 모순과 문제점이 있어 심각한 혼란과 국민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앞으로 총장을 중심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 법안의 문제점을 충분히 설명해 드리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검장들은 김 총장이 문 대통령과 면담을 마치고 대검에 복귀한 오후 7시께부터 1시간가량 추가로 회의를 했다. 오전 회의가 시작될 때만 해도 고검장들까지 모두 사표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면담에서 김 총장의 사표를 반려하며 “임기를 지키고 역할을 다하라”고 당부하면서 민주당 설득에 나서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회의에 참석한 한 고검장은 “일단 대통령께서 사표를 반려하시고 검찰에 의견이 있으면 충분히 경청하겠다고 하셨으니 ‘할 수 있는 데까지 우리가 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검찰 자체적으로 공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도원/설지연/김진성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