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성범죄를 묵인한 러시아 군인 부부. / 사진=자유유럽방송, 러시아 소셜미디어
전쟁 성범죄를 묵인한 러시아 군인 부부. / 사진=자유유럽방송, 러시아 소셜미디어
우크라이나 침공에 파병된 러시아군인 남편에게 "우크라이나 여성은 성폭행해도 괜찮다"고 말한 여성의 신상이 공개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자유유럽방송(RFE/RL)은 전쟁 성범죄를 묵인한 러시아 군인 부부의 신상을 보도했다.

앞서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국가보안국(SBU)은 남부 헤르손에서 감청한 러시아 군과 그의 아내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SBU가 올린 통화 내용은 약 30초 분량으로 해당 여성은 남편에게 "그래 거기서 그냥 우크라이나 여자들이랑 해. 그들을 성폭행하라고"라고 말한다. 이 여성은 이어 "말 안 해도 돼 이해한다"며 웃는다.

그러자 남성이 "정말 그럴 수 있을까"라고 하자 다시 이 여성은 "그래 허락할 게 대신 콘돔을 사용해"라고 답하며 둘이 함께 웃으면서 통화를 마친다.

공동 취재진은 우크라이나의 정보기관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전화번호를 통해 이들 부부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군인 부부는 로만 비코프스키(27)와 올가 비코프스카야(27)로 드러났다.

이들 부부는 대략 2018년쯤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로 이사했고, 로만과의 사이에서 4살짜리 아이가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RFE는 이들 부부와 통화한 내용도 공개했다. 통화에서 로만은 자신이 현재 헤르손이 아닌 세바스토폴 항구에 있다고 말했다.

올가 역시 "로만이 부상 치료를 위해 세바스토폴의 한 병원에 있다"면서 "녹음 파일 속 목소리가 본인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취재진은 "녹음 파일 속 목소리가 통화에서 들은 목소리와 같다"며 "취재진과의 통화 이후 올가의 SNS 계정이 삭제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시에 벌어지는 성폭행은 1998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로마 규정'이 제정된 이후 줄곧 전쟁 범죄의 한 종류로 다뤄져 왔다. 우크라이나 당국과 ICC는 현재까지 신고 접수된 성폭행 사례에 대해 수사를 개시할 계획이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