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되면 '박종철 고문치사' 규명 같은 건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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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소법학회장, 법안 세부 비판…"통제 받지 않는 경찰 등장, 범죄자만 살맛"
법안 속 실수 추정 대목…법조계 "'Ctrl F'로 검사→경찰 '찾아 바꾸기' 했나"
"국가 형사사법체계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 것인가.
범죄자만 살맛 나는 세상이다.
"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교수)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더불어민주당이 15일 정식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검찰의 국가형벌권 행사에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와 기소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국가형벌권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고함으로써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개정안을 뜯어보면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국가형벌권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와 달리 '수사 공백'은 물론 '통제받지 않는 경찰'까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 사라진 통제 장치…"경찰 가혹행위·기획수사 해도 못 밝힐 것"
현행 검찰청법 4조 1항 1호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경찰이 송치한 범죄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개정안은 이 모두를 삭제하고 덩달아 검사 직무범위에서 "수사는 제외한다"고 못 박았다.
단, 조항을 신설해 경찰공무원과 공수처 소속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는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해뒀다.
그러나 이마저 검사의 '직접 영장 청구권'을 없애놓아 실질적 수사가 어렵다는 게 정 교수 입장이다.
그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는 '사법경찰관'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에만 검사가 판사에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강제수사의 주도권이 경찰에 있는데 수사 초기 단계에 어떻게 경찰을 수사할 수 있겠는가.
아마 '경찰 직무범죄의 인정 여부'에 관해 검사와 경찰 간 공방만 오갈 것"이라고 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수사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라고 명시한다.
따라서 범죄 혐의가 있는 경찰관을 수사하는 검사는 '사법경찰관'으로 간주된다.
이를 두고 정 교수는 "그 검사는 그럼 누구에게 영장을 청구할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변사자 검시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222조는 개정안에서 "요구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불법 체포나 감금이 있을 경우 검사의 의무를 다룬 198조의2 역시 "석방하거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을 명해야 한다"가 "석방을 요구할 수 있다"로 변경됐다.
경찰이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더는 1987년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같은 경찰의 가혹행위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영화 '1987'에도 소개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당시 검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치안본부(경찰)의 조작·은폐 시도에도 부검을 지휘해 사인이 물고문으로 인한 질식사임을 밝혀냈다.
현행 형사소송법 210조는 경찰이 관할을 넘어 수사하는 경우 지방검찰청 검사장이나 지청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돼있다.
개정안은 이 역시 관할을 넘어 수사하는 사유를 '통지'하도록 바꿨는데, 사실상 통제 장치가 사라진 셈이므로 '기획수사'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 "이제 경찰이 '호화 로펌' 상대해야…재판 증인 거짓말해도 못 잡아낸다"
민주당이 처리를 공언한 개정안은 법조문에서 '검찰'을 핀셋으로 골라낸 것처럼 '사법경찰관'으로 대체하거나 모두 지우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경찰-검찰-법원' 혹은 '검찰-법원'의 형태로 70여년 이어져 온 형사사법체계를 하루아침에 바꾸려는 시도가 사법체계 곳곳에 공백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일종의 '미니 재판'처럼 진행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부터 문제로 지적한다.
현재는 영장실질심사에 검사와 변호인이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게 돼 있는데, 개정안은 여기에 사법경찰관을 추가했다.
정 교수는 "사법경찰관이 상대방 측 변호사와 사실관계·법리 공방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부패 및 경제범죄 등의 경우 상대방은 최고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할 것인데,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범죄자와 로펌 좋은 일 하게 생겼다"고 했다.
피의자를 기소할 경우 검사가 제1회 공판기일 전 참고인 증인 신문을 재판부에 청구할 수 있게 한 조항에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경찰의 신청이 있어야만 증인 신문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이 같은 미래상을 두고 '코미디'라면서 "사실상 경찰에게 공소 유지 기능까지 맡긴다는 점에서 어느 나라에도 없는 입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까지는 법정에서 증인이 거짓말을 할 경우 재판에 참여한 검사가 위증죄나 무고죄를 인지해 곧장 수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의심이 들어도 경찰에 알려 수사하게 해야 한다.
또 경찰 수사 기록만 들고 법정에 나온 검사는 애초에 무엇이 위증인지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 법조계 일각 "워드 파일 열고 '찾기'→'바꾸기'한 것 아니냐"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개정안을 급하게 만들다가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여럿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가령 형사소송법 217조는 원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중략)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개정안은 여기에서 '검사 또는'을 들어낸 후 "사법경찰관은 (중략)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이 조문은 영장 신청의 주체를 '검사'만으로 정한 헌법 12조 3항을 위반한 것이다.
공판 단계에서 법원이 압수물을 처분할 때 통지 대상을 규정한 현행 형사소송법 135조는 '검사, 피해자, 피고인 또는 변호인'을 명시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검사' 대신 '사법경찰관'을 넣었다.
경찰은 소송 당사자가 아니고, 기소 후 압수물은 검사가 보관하므로 경찰이 통지 대상일 이유가 없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개정안 제출을 위해 법령 문서를 컴퓨터로 편집하다 검색 단축키 '컨트롤(Ctrl) F'를 눌러 '검사'를 '사법경찰관'으로 단순 교체한 것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도 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법안 속 실수 추정 대목…법조계 "'Ctrl F'로 검사→경찰 '찾아 바꾸기' 했나"
"국가 형사사법체계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 것인가.
범죄자만 살맛 나는 세상이다.
"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교수)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더불어민주당이 15일 정식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검찰의 국가형벌권 행사에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와 기소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국가형벌권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고함으로써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개정안을 뜯어보면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국가형벌권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와 달리 '수사 공백'은 물론 '통제받지 않는 경찰'까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 사라진 통제 장치…"경찰 가혹행위·기획수사 해도 못 밝힐 것"
현행 검찰청법 4조 1항 1호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경찰이 송치한 범죄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개정안은 이 모두를 삭제하고 덩달아 검사 직무범위에서 "수사는 제외한다"고 못 박았다.
단, 조항을 신설해 경찰공무원과 공수처 소속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는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해뒀다.
그러나 이마저 검사의 '직접 영장 청구권'을 없애놓아 실질적 수사가 어렵다는 게 정 교수 입장이다.
그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는 '사법경찰관'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에만 검사가 판사에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강제수사의 주도권이 경찰에 있는데 수사 초기 단계에 어떻게 경찰을 수사할 수 있겠는가.
아마 '경찰 직무범죄의 인정 여부'에 관해 검사와 경찰 간 공방만 오갈 것"이라고 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수사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라고 명시한다.
따라서 범죄 혐의가 있는 경찰관을 수사하는 검사는 '사법경찰관'으로 간주된다.
이를 두고 정 교수는 "그 검사는 그럼 누구에게 영장을 청구할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변사자 검시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222조는 개정안에서 "요구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불법 체포나 감금이 있을 경우 검사의 의무를 다룬 198조의2 역시 "석방하거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을 명해야 한다"가 "석방을 요구할 수 있다"로 변경됐다.
경찰이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더는 1987년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같은 경찰의 가혹행위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영화 '1987'에도 소개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당시 검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치안본부(경찰)의 조작·은폐 시도에도 부검을 지휘해 사인이 물고문으로 인한 질식사임을 밝혀냈다.
현행 형사소송법 210조는 경찰이 관할을 넘어 수사하는 경우 지방검찰청 검사장이나 지청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돼있다.
개정안은 이 역시 관할을 넘어 수사하는 사유를 '통지'하도록 바꿨는데, 사실상 통제 장치가 사라진 셈이므로 '기획수사'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 "이제 경찰이 '호화 로펌' 상대해야…재판 증인 거짓말해도 못 잡아낸다"
민주당이 처리를 공언한 개정안은 법조문에서 '검찰'을 핀셋으로 골라낸 것처럼 '사법경찰관'으로 대체하거나 모두 지우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경찰-검찰-법원' 혹은 '검찰-법원'의 형태로 70여년 이어져 온 형사사법체계를 하루아침에 바꾸려는 시도가 사법체계 곳곳에 공백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일종의 '미니 재판'처럼 진행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부터 문제로 지적한다.
현재는 영장실질심사에 검사와 변호인이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게 돼 있는데, 개정안은 여기에 사법경찰관을 추가했다.
정 교수는 "사법경찰관이 상대방 측 변호사와 사실관계·법리 공방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부패 및 경제범죄 등의 경우 상대방은 최고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할 것인데,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범죄자와 로펌 좋은 일 하게 생겼다"고 했다.
피의자를 기소할 경우 검사가 제1회 공판기일 전 참고인 증인 신문을 재판부에 청구할 수 있게 한 조항에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경찰의 신청이 있어야만 증인 신문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이 같은 미래상을 두고 '코미디'라면서 "사실상 경찰에게 공소 유지 기능까지 맡긴다는 점에서 어느 나라에도 없는 입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까지는 법정에서 증인이 거짓말을 할 경우 재판에 참여한 검사가 위증죄나 무고죄를 인지해 곧장 수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의심이 들어도 경찰에 알려 수사하게 해야 한다.
또 경찰 수사 기록만 들고 법정에 나온 검사는 애초에 무엇이 위증인지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 법조계 일각 "워드 파일 열고 '찾기'→'바꾸기'한 것 아니냐"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개정안을 급하게 만들다가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여럿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가령 형사소송법 217조는 원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중략)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개정안은 여기에서 '검사 또는'을 들어낸 후 "사법경찰관은 (중략)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이 조문은 영장 신청의 주체를 '검사'만으로 정한 헌법 12조 3항을 위반한 것이다.
공판 단계에서 법원이 압수물을 처분할 때 통지 대상을 규정한 현행 형사소송법 135조는 '검사, 피해자, 피고인 또는 변호인'을 명시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검사' 대신 '사법경찰관'을 넣었다.
경찰은 소송 당사자가 아니고, 기소 후 압수물은 검사가 보관하므로 경찰이 통지 대상일 이유가 없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개정안 제출을 위해 법령 문서를 컴퓨터로 편집하다 검색 단축키 '컨트롤(Ctrl) F'를 눌러 '검사'를 '사법경찰관'으로 단순 교체한 것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도 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