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은 구속영장 신청…발화 원인, 바닥 열선 과열 등 추정
우레탄폼 노출된 현장서 안전수칙 준수 않고 공사 진행

지난 1월 소방관 3명이 순직한 경기 평택 냉동물류 창고 화재 사고의 책임자 44명이 무더기 형사 입건됐다.

경찰은 지난 3개월간의 수사 결과 공사 과정 전반에서 안전관리 소홀과 불법 재하도급 등 각종 위법 사항을 밝혀내 이 같이 조처했다.

경찰, '소방관 3명 순직' 평택 창고 화재 책임자 44명 입건
경기남부경찰청 평택 물류창고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업무상 실화 등 혐의로 시공사 관계자 4명과 협력업체 관계자 1명 등 5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또 화재에 책임이 있는 시공사 관계자 9명, 감리자 19명, 협력업체 관계자 11명, 그리고 법인 3곳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월 5일 오후 11시 46분 경기 평택시 청북읍 고렴리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서 이튿날 오전 6시 32분께 큰불을 껐지만, 사그라들었던 불씨가 갑자기 다시 확산하면서 건물 2층에 투입됐던 소방관 3명이 숨졌다.

경찰은 사고 즉시 경기남부청 형사과, 강력범죄수사대, 과학수사대, 반부패수사대, 피해자 보호팀, 법률지원팀, 평택서 강력팀 등으로 구성된 84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소방관 3명 순직' 평택 창고 화재 책임자 44명 입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물류창고 1층 107호와 108호 냉동실 내벽 해체 구간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곳 바닥에 콘크리트 양생 작업을 위해 설치된 열선에서 단락흔이 보이는 점 등에 미뤄 열선의 손상 또는 발열에 의해 발화가 됐고, 이 불이 마감 작업 없이 노출돼 있던 우레탄 폼에 옮겨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화재를 목격한 야간작업자의 진술 및 107호와 108호 내벽과 바닥 상태를 확인하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관련자 조사 및 현장 감식과는 별개로 화재 현장과 동일한 열선 시공 형태 등을 만들어 놓고 발화 원인을 찾기 위한 모의실험을 했으며,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수사에 참고했다고 전했다.

시공사 등이 안전관리 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정황도 다수 발견됐다.

시공사 등은 갈바륨(내열성 강한 합금 강판) 설치 등의 마감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바닥 등에 우레탄 폼이 노출된 상태에서 설계도면 없이 열선 공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고, 열선 간격과 결선 방법 등 주의사항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경찰, '소방관 3명 순직' 평택 창고 화재 책임자 44명 입건
지금까지 입건된 44명의 혐의는 임의시공, 안전관리 소홀, 불법 재하도급, 자격증 대여 등이며, 이 중 혐의가 중한 5명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달 30일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이다.

경찰은 이번 화재로 소방관 3명이 순직했으나, 여러 판례를 검토한 결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업무상 실화, 건설산업기본법, 전력기술관리법 위반 등만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고혁수 경기남부청 폭력계장은 "사업계획 수립 당시 발주자와 시공사 간 위법은 물론 공사 현장의 각종 불법과 건설업계 고질적 병폐에 대해 수사 중"이라며 "수사로 확인된 내용을 관계기관에 통보해 유사 사고가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소방관 3명 순직' 평택 창고 화재 책임자 44명 입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