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랠리, 힘 빠지나…1분기 어닝시즌 전망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 전략가는 "러시아가 단순히 군 자원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있으며 이는 순전히 전술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아직 종전되려면 멀었지만, 테일 리스크는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TS롬바드는 "교착 상태의 경제적 영향이 길어질 것이다. 이 전쟁과 제재에서 비롯된 글로벌 경제 충격이 조기에 마무리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에너지 가격 급등은 유럽 경제에 직격탄을 퍼붓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독일의 3월 물가상승률은 7.3%로 1990년 초 통일 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예상치 6.8% 크게 넘었습니다. 독일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6%에서 1.8%로 대폭 낮췄습니다. 스페인의 3월 물가도 9.8%로 잠정 집계되어 1985년 5월 이후 약 37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는 소폭 약세로 출발했습니다. S&P500은 0.2%, 나스닥은 0.4% 내렸고, 다우는 0.1%가량 오른 채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시장은 부정적인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에 반응하면서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0.19%, S&P500 지수는 0.63% 내렸고 나스닥은 1.21% 떨어졌습니다.
이날 전날 한때 역전됐던 2년/10년물 스프레드는 3~4bp 수준으로 벌어졌습니다. 월가에서는 여전히 채권 시장과 주식 시장의 엇갈린 신호에 대한 논쟁이 격렬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번 랠리에 대해 "펀더멘털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더 많은 기준금리 인상, 채권 수익률 곡선 역전 등 약화한 거시경제 환경에서 랠리가 발생했다는 얘기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랠리 직전 지나치게 가벼웠던 기관의 주식 보유 비중,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격 인상으로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예상 등이 랠리를 촉발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랠리는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약세장 랠리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1927년 이후 11번의 약세장에서 10일 동안 10% 이상 오른 랠리 가운데 네 번쩨로 강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속적 강세장을 주장해온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헤드는 "경기 침체는 통상 수익률 곡선 역전에 앞서 발생하지 않는다. 수익률 곡선 역전 시점에서 증시 정점까지는 일반적으로 1년가량이 걸리며 S&P500 지수는 그새 평균 15% 정도 올랐다"라고 밝혔습니다.
마찬가지로 최근 분기(~1월 29일) 실적을 내놓은 고급 가구업체 RH도 13.3% 폭락했습니다. 매출은 11% 늘었지만, 예상을 밑돌았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5.66달러로 예상 5.58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문제는 게리 프리드먼 CEO의 말이었습니다. 그는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지금은 아마 2008~2009년 이후 가장 가이던스를 내놓기 어려운 때일 것이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한복판에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Fed가 긴축에 나서고, 집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이게 지속 가능할까?"
"본 적이 없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물가가 2%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새로운 해상화물 계약을 맺었는데, 2년 전 2400달러였던 컨테이너 가격이 4800달러로 올랐다."
"인플레이션 관점에서 아무도 무엇이 다가오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훨씬 적은 돈을 벌거나, 아니면 가격을 올릴 것이다. 자동차, 레스토랑 등 모든 곳에서 높은 가격이 발생할 것이다. 모든 게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이다. 나는 그게 소비자들의 소비능력을 넘어서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이 말 때문에 우리 주식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나는 22년 동안 이보다 더 흥분한 적이 없었고, 이보다 더 불확실한 적도 없었다."
그의 발언록은 이날 종일 월가에 회자됐습니다. 아마 이날 장세가 좋지 않았던 것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1분기 어닝시즌은 열흘가량 앞으로 다가왔습니다(자사주매입 블랙아웃도 시작됩니다). 공식적으로는 4월 13일 JP모건의 실적 발표로 개막합니다. 잭스인베스트먼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S&P500 기업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1%, 이익은 3.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좋은 것이긴 하지만, 지난해 4분기 15.8% 매출 성장과 32.4% 이익 성장에 비하면 차이가 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1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은 95개 기업 가운데 66개 기업이 부정적 가이던스를 공개했습니다. 이는 5년 평균인 분기당 59개를 넘어섭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가이던스를 내놓은 기업의 수는 3개 분기 연속으로 증가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수석 전략가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1분기 어닝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상당한 수의 부정적 어닝 서프라이즈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믿는 이유는 이번 분기가 특히 어려운 분기였기 때문이다. 경영 관점에서 보면 1월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어려웠고, 2월에는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또 2월 말에는 전쟁이 터졌다. 판매가 방해를 받았을 수 있지만, 워낙 불확실성이 높았기 때문에 경영진이 가이던스를 바꾸기도 쉽지 않았다. 월가의 이익 추정치 수정은 대부분 업종에서 부정적이고, 최근 더 그렇다. 펀드매니저라면 기업들이 기대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하리라 생각한다. 대형기술주는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 이익을 내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대형기술주가 상승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톰 바킨 리치몬드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관할 지역의 기업들은 여전히 가격결정력을 갖고 있다고 나에게 말하고 있다. 그게 Fed가 움직여야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가격결정력을 갖고 있다면 마진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경제 지표는 여전히 괜찮은 편입니다.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는 6.9%로 집계됐습니다. 잠정치 7.0%보다 0.1%포인트 줄어들긴 했지만 강한 것입니다. 개인소비지출(PCE)은 4분기에 2.5% 증가해 잠정치 대비 하향 조정됐고, PCE 물가는 6.4%로, 잠정치 대비 상향 조정됐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