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볼모는 관용적 표현, 뭐가 문제? 성역화"
'경청·중재모드' 인수위…나경원 "조롱정치 미성숙"
장애인 시위에 더 거칠어진 '이준석 입'…당내 곤혹 속 거리두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향해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전장연이 시민을 볼모로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당 대표로서 공식 주장이 아닌 '개인' 자격의 발언이라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의 발언 수위는 이날 한층 높아졌다.

이 대표는 29일 오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권력자를 향해 각성을 촉구하는 게 보통의 시위 방식이라며 "왜 3·4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서울 시민이 투쟁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혐오 정치'라는 지적에는 "제가 여성 할당제를 폐지하자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여성 혐오를 이야기한다"며 "이준석이 여성 혐오한 문장 하나만 있으면 갖고 와봐라. 진행자는 기억나는 게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볼모 삼아서 시위하지 말라는 표현은 관용적 표현인데 뭐가 문제냐"며 "결국 제가 한 말의 내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 보니까 어떻게 장애인에 대해 (볼모라고) 얘기할 수 있냐(고 말 하는데) 성역화죠"라고 주장했다.

시각 장애인인 자당 김예지 의원이 전날 전장연 관계자들과 만나 "정치권을 대신해 사과드린다"며 무릎을 꿇은 데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김 의원은 제 대변인이나 비서실장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권한은 없다.

대신 사과할 수는 없다"며 "다만 개인의 독립 행동으로 당연히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볼모라는 표현은 전혀 사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애인 시위에 더 거칠어진 '이준석 입'…당내 곤혹 속 거리두기
이 대표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복잡하다.

아예 말을 아끼거나, 시민 불편 해결에 초점을 맞추되 전장연과 각을 세우지는 않는 방식을 주로 취한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관련 질문에 "제 답변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당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원내로 질문을 해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는 이날 전장연을 찾아 이들의 입장을 경청하며 이 대표와의 '거리두기' 행보를 보였다.

해당 분과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경청하러 왔다.

20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들은 단기·중기·장기적인 것에서 검토 중"이라며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절박하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부분도 이해합니다만, 또 이로 인해 다른 시민들께서 불편을 겪고 계시니까"라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김예지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자신을 향한) 혐오의 감정과 짜증 섞인 표정을 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시위를 해야 했음을 누군가는 인정하고 들어주는 노력을 하는 게 정치 지도자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치권에서 계속 사회통합·국민통합을 외치지 않느냐"며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수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애를 가진 딸이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전장연이 민주당, 정의당 소속이라 할 정도의 성향을 가진 단체라는 것을 나는 익히 알고 있다.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위법한 시위 활동도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지하철에 100%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위하는 것을 조롱하거나 '떼법'이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전장연의 시위 태도도 문제지만, 폄훼·조롱도 정치의 성숙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시위에 더 거칠어진 '이준석 입'…당내 곤혹 속 거리두기
결국 '논리 싸움'을 넘어서 이 대표의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정치인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 탓하면 안 된다.

옳으면 국정에 반영하고, 옳지 않으면 끝까지 설득하는 게 지도자의 길"이라며 "국민과 싸우고 훈계하는 언행은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