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달 가량 문을 닫았다가 재개장한 모스크바 증시가 24일(현지시간) 상승 마감했다. 러시아 정부가 쏟아부은 ‘규제 폭탄’의 효과라는 분석이다.

이날 러시아 증시를 대표하는 MOEX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7% 상승한 2578.51로 마감했다. 지수를 구성하는 50개 종목 중 33개의 거래만 허용된 가운데 에너지기업 가즈프롬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3%, 루콜리 주가는 12% 가량 급등했다. 서방의 금융제재를 받고 있는 은행들은 혼조세였다. VTB은행은 5.5% 하락한 반면 스베르방크는 3.9% 올랐다.

그러나 이날 러시아 증시의 선전은 정부 규제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매도를 금지했다. 정부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 국부펀드는 주식 100억달러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러시아 증시에 진입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는 금지된 상태다. 이를 통해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방어할 수 있었다. 그동안 러시아 증시의 주식 거래량의 절반 정도가 외국인에 의해 이뤄졌다.

단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쇼트커버링은 허용했다.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다시 사들이는 쇼트커버링은 주가 부양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러시아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퇴로가 모두 차단된 상태였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수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증시 상승을 서방 제재에도 굳건한 경제의 상징으로 내세워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중론이다. 이날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 증시는 현실을 반영하는 시장도, 지속 가능한 상태도 아니다”라며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러시아가 고립된 상황만을 반영할 뿐이다”라는 입장을 냈다.

폐쇄 상태인 러시아 증시가 앞으로도 상승 가능할지 여부는 이제 러시아 개인투자자들에게 달렸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주식계좌를 보유한 러시아인은 1700만명 이상이다.
<러시아 MOEX 지수 추이> 자료: 팩트셋, 월스트리트저널
<러시아 MOEX 지수 추이> 자료: 팩트셋, 월스트리트저널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