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합니다> 누가 가장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게임’.

우승상금 456억원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담은 드라마인데요.

여기 각각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주요 등장 인물들이 있습니다.

구조조정으로 실직하고 이혼한 후 아픈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기훈.

보육원에 혼자 남겨진 남동생과 북에 있는 어머니를 탈북시켜 함께 살고 싶은 새벽

뇌종양에 치매 증상까지 있는 70대 노인 일남.

만약 게임이 아니라 인물의 배경만으로 막대한 상금을 줘야한다면 여러분은 누구에게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번에는 또 다른 3명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결혼한 연봉 4천만원인 20대 A씨.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연봉 8천의 30대 B씨. 마지막으로 연봉 1억5천, 자녀가 둘인 4인 가구의 가장인 40대 C씨.

모두 무주택자라고 한다면 과연 누구에게 새 아파트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시세차익이 수억원인 청약이 있다면 누가 당첨돼야 할까요?

로또가 된 새 아파트 소유권을 쥐어주는 청약제도를 둘러싼 불만은 커지고 있고, 이제는 세대 간 갈등마저 생기고 있습니다.

지금의 청약제도가 맞는 걸까요? 과연 누구에게나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먼저 내 집 마련을 소망하는 우리들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물었습니다> 새 아파트는 누구의 것입니까?

국내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2,848만명. 국민 2명 중 1명이 갖고 있습니다.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입지에서 청약에 당첨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지만 그만큼 당첨될 확률도 극히 낮아 이른바 로또청약으로 불립니다.

가입은 했지만 정작 제대로 쓸 수 없는 청약통장.

특히 청약가점이 낮은 2030 세대는 이 제도에 불만이 많은데요 청약제도에 대한 세대별 생각을 제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먼저 2030세대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일단 청약당첨에 대해 전혀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양현주 / 20대 사회초년생 : 어차피 안 될거다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차라리 돈을 모아서 결혼 할때쯤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노려봐야겠다고 생각해요]

30대 신혼부부는 특별공급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합니다.

[전효성 / 30대 신혼부부 : 당첨이 안 되는 이유는 짧은 기간에 아이가 많이 있어야 당첨이 수월한 구조이다 보니]

당첨이 안 되긴 40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수희 / 40대 3인 가족 : 한 번도 안 됐어요. 청약을 20번 넘게 한 것 같아요.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넣는거죠. 지금은 자녀가 한 명이고, 뱃 속에 둘째가 있는데 계속 청약점수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있어요. 언제될 지도 모르고]

그러면 왜 내가 청약에 당첨돼야하는 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각자 의견이 다양했지만 모두 현실적이었습니다.

[정희형 / 30대 미혼 : 부동산 투자를 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보다는 더 큰 이유는 돈을 모으고 싶어서 당첨되고 싶어요. 지금 제가 (대출받아) 전세를 살고 있는데 생활비 나가고 이자내고 하면 모을 수 있는 돈이 하나도 없는거에요.]

모든 세대가 지금 제도는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전효성 / 30대 신혼부부 : 30대로서는 청약가점 50점대 후반~60점대가 사실상 불가능한 시스템이잖아요. 또 생각을 해보면 40~50대까지 무주택으로 아이도 2~3명씩 있고 그렇게 버틴 가구도 있거든요. 그 사람들 파이를 뺏어서 내가 먹겠다. 이것도 사실 공정인가 생각이 든다.]

40~50대한테 양보할 수 있다?

[정희형 / 30대 미혼 : 공정이 누구한테 공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불공정하다고 느껴진다. 결혼을 해야한다? 자녀가 몇 명 있어야 한다? 취지는 알겠는데 과연 집을 사기 위해 결혼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청약 제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양현주 / 20대 사회초년생 : 가점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꼼수들도 많잖아요. 그런 사례를 보면 내가 너무 정직하게 살고 있는게 아닌가]

청약제도를 어떻게 바꿔야하는 지에 대해서는 2030은 추첨제와 1~2인 가구를 위한 특별공급 확대를 꼽았습니다.

무주택 기간을 오래 유지해 온 40대는 생각이 조금 달랐습니다.

[지수희 / 40대 4인 가족 : 4인 가족 만점을 주면 너무 좋겠지만 그건 무리한 요구인 것 같고, 요즘은 두 자녀도 다자녀에 해당이 되잖아요. 다자녀인 사람에게 가점을 높게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2030은 당첨이 불가능하다는 '자포자기', 4050은 몇 년을 더 기다리면 되는지 '학수고대'의 상황입니다.

모두가 다 불만인 청약제도 해법은 무엇일까요?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수억 원의 시세차익 보장되는 새 아파트는 이제 모든 세대의 꿈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수백대 일에 이르는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일상이 된 만큼 청약제도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는데요.

어느새 로또를 나눠주는 법이 돼 버린 청약제도에 대해 심층 분석해봅니다. 부동산부 김민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김 기자, 먼저 지금의 주택 청약제도가 어떻게 설계돼 있는 지부터 간단히 살펴보죠.

<기자>

큰 틀에서 지금의 주택 청약제도는 두 개의 기둥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먼저 정부의 정책에 따라 계층이나 세대별로 공급하는 물량을 결정하는 공급 방법이 있습니다.

일반공급과 우선공급, 특별공급으로 나눠져있구요. 정부의 의지에 따라 어느 쪽에 물량 가중치를 줄 지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죠.

신혼부부나 청년층에 대한 물량은 바로 '특별공급'에 포함돼 있습니다.

다음은 배분된 물량을 나눠주는 순서를 정하는 청약가점제가 있습니다. 전 세대에 걸쳐 특히 불만이 많은 부분이죠. 편법이나 꼼수도 많구요.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 부양가족수로 점수를 매깁니다. 물론 추첨제가 있지만, 현재 공급되는 대부분의 분양 물량은 가점제로 순서가 결정되기 때문에 청약제도의 핵심입니다.

결국 누가 로또가 된 새 아파트를 가질 것인가, 이를 정하는 핵심적인 기준은 특별공급의 범위와 청약가점제 이렇게 두 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결국 세대간 갈등은 '특별공급'과 '청약가점제'라는 두 가지 기준을 놓고 시작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먼저 비교적 청약가점제에서 불리한 2030세대의 불만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이 지난해 분양했던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의 당첨자 청약가점입니다. 점수가 당첨 커트라인이 어마어마하죠.

시세차익이 10억 원을 넘다보니 경쟁률도 엄청났습니다.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어서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7억 원에서 14억 원이 있어야 하는데도 이정도였거든요.

보시는 것처럼 84점짜리 만점통장도 등장했습니다. 만점은 가족이 7인 이상이어야 가능한 점수죠.

평균적으로 청약가점이 75점은 넘어야 당첨이 가능한데요. 모든 면에서 2030세대가 이 점수를 만들어 당첨되기는 어렵죠.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4050세대가 청약가점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꾸준히 가점을 쌓아온 4050세대는 신혼부부나 청년들에게 더 물량을 배정하는 '특별공급'이 불만입니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거든요.

정부가 계속 신혼부부와 청년층에 대한 공급물량을 늘리면서 상대적인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불만을 가질 법도 합니다. 지난해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진행되고 있는데, 공급물량의 60% 가까이를 신혼부부에게 몰아주고 있습니다.

하나 덧붙이면, 지금의 주택 청약제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건 공식적으로 수억 원의 시세차익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집값이 몇배씩 폭등하면서, 이제는 수억 원이라는 거금을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주고'를 결정하는 로또 추첨이 된 것이죠.

경쟁이 치열해지고 불만이 커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앵커>

주택 청약제도를 둘러싼 불만이 이제는 세대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사안의 심각성 때문인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공약으로 주택 청약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윤석열 당선인이 밝힌 주택 청약제도 개편안은 김원규 기자가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바뀝니다> 2030 돌아오나…윤석열표 청약제도 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청약제도 개편의 가장 큰 골자는 전용면적별로 가점 기준을 달리하겠다는 겁니다.

우선 60∼85㎡ 면적부터 보시겠습니다.

기존 100%였던 가점제를 70%로 줄입니다. 그러면서 추첨제를 30%로 조정합니다. 2030세대에게 더 많은 내집마련의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입니다.

여기에 60㎡ 미만, 이른바 소형주택 기준도 신설합니다. 추첨제 비율은 60%로 전체 추첨 비율이 가장 많이 차지합니다. 1∼2인 가구 거주에 적합하다는 점을 고려한 구상입니다.

하지만, 오랜기간 청약 점수를 쌓았던 중장년층에게는 역차별 우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됩니다. 중대형 평수의 경우 청약가점이 높은 3~4인 가구에 유리하게 조정합니다.

85㎡ 초과는 가점제와 추첨제 비율을 80%, 20%로 변경합니다. 각각 50%였던 기존 비율에서 가점제에 더 많이 부여해 세대별 형평성 논란을 줄이겠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이런 청약제도 개편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세대를 막론하고 2030이라고 해도 넓은 평수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많습니다.

신혼부부 배정 물량이 절반 이상(61%)을 차지한 3기 신도시 청약 경쟁률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최근 진행한 4차 공공분양 사전청약 당시,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총 7곳 모두 가장 큰 평수인 85㎡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고양창릉 85㎡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무려 165.7대 1에 달했습니다.

때문에 '세대수'가 아닌 '세대별'로 청약제도를 다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세부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청약제도 개편이 자칫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차기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올해도 로또 아파트 청약전쟁은 계속될 텐데요.

<기자>

먼저 올해 분양시장은 어떤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민영과 공공 그리고 사전청약까지 합쳐 50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난 숫자죠. 집값이 뛰면서 주택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은 분명합니다.

이 가운데 서울 주변에서 분양을 앞둔 핵심적인 지역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재건축과 신도시 지역들인데, 단지가 아닌 지역명으로 표시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주변 시세에 비해 예상 분양가는 훨씬 낮습니다. 엄청난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로또 아파트들입니다. 물론 충분한 물량은 아닙니다.

전국적으로 공급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결국 서울·수도권에 대한 공급이 늘어야 주택 청약제도를 둘러싼 근본적인 불만들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주택 청약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어떻게 해야 근본적인 주택청약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여러 방면으로 취재해서 종합해 봤습니다.

일단 전문가들은 용적률을 획기적으로 완화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해 경쟁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그래야 로또 청약을 둘러싼 갈등이 줄어든다는 거죠.

또 선거철마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누더기가 된 '특별공급' 제도에 대해서 손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고 전면개편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세차익이라는 '로또' 때문에 갈등이 커지는 만큼, 특별공급 물량에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GTX를 비롯한 수도권 전반의 교통 여건을 개선해서 서울 집중화를 막고 사람들의 주거 선택지를 크게 넓히는 것도 근본적인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김민수 기자·임동진 기자·홍헌표 기자·김원규 기자 mskim@wowtv.co.kr
로또를 나눠주는 법…모두 불만인 '주택 청약' [심층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