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성장률 추가 하락 우려…금리 인상 놓고 '고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드리워지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의 이중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성장 둔화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통제 시기를 예상하기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성장 둔화 전망이 나오면서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주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1%포인트 이상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전 세계 물가는 전쟁으로 인해 2.5%포인트 더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WSJ은 높은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다가 경제성장 둔화와 실업률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당장은 주요 중앙은행 다수가 인플레이션을 잡고 있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올해 안에 6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달 상원에서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필요한 일들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연준이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인 2%보다 낮추려 하기보다는 2%보다 높은 수준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닐 시어링은 지난 1970년대 말 이후 미국·영국·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한 16개 사례 가운데 1개 사례가 경기침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WSJ은 미국보다 유럽 중앙은행들이 더욱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경제상황도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5.9%로 목표치인 2%의 3배 가까운 수준을 나타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있는 클라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한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중앙은행 잉글랜드은행(BoE) 출신인 캐서린 네이스 'PGIM 픽스드인컴' 이코노미스트도 중앙은행을 위한 지침서가 없는 상태라면서 고물가·저성장 시대가 올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WSJ은 한국·뉴질랜드·싱가포르 중앙은행은 이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으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지만, 중국과 일본은 당장 미 연준의 통화 긴축정책을 따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각국 중앙은행, 경제성장 둔화·물가 급등에 '진퇴양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