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26·사진)의 별명은 ‘스마일 점퍼’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파이팅’ 넘치는 동작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려서다.

지난 20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스타크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결선에서 2m31을 뛸 때였다. 1, 2차 시기를 모두 실패했지만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부담감이 컸을 3차 시기에서 바를 넘어선 그는 2m34는 1차 시기에서 바로 성공했다. 그제야 크게 포효하며 자신을 짓누르던 압박감을 떨쳐냈다.

다른 경쟁자들이 모두 바를 건드리면서 우상혁의 우승이 확정됐다. 우상혁은 “(2m31을 뛰면서 1, 2차 시기를 실패한 뒤) 솔직히 긴장했다”며 “그래도 그동안 김도균 코치님과 함께 훈련한 시간을 믿었다.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고자 했다”고 털어놨다.

우상혁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육상대회’인 세계실내육상선수권을 제패했다. 우상혁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늘 최초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런 큰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우상혁은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2m35의 한국 신기록으로 4위를 차지하며 한국 육상의 미래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달 6일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2m36을 뛰어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달 16일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에서 열린 실내육상대회에서는 2m35를 넘어 우승했다. 올해 유일하게 2m35 이상을 뛰며 ‘세계 랭킹 1위’로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 나선 우상혁은 본 무대에서도 정상에 올라 한국 육상의 역사를 새로 썼다.

우상혁은 여덟 살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다. 키는 1m88㎝로, 높이뛰기 선수 중에선 작은 편이다.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 톱5 가운데 키가 1m90㎝ 미만인 선수는 우상혁뿐이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은 것은 바로 긍정의 힘이다. 우상혁은 교통사고를 떠올리면서도 “구름발인 왼발을 다쳤으면 높이뛰기 선수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천운”이라고 말했다.

짝발은 피나는 균형감 훈련으로 극복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스테판 홀름(스웨덴)은 그에게 작은 키를 극복할 용기를 줬다. 홀름은 1m81㎝의 작은 키로 세계를 제패하고 개인 최고 2m40을 뛴 선수다. 이날 자신의 우상인 홀름에게 메달을 받은 우상혁은 “작은 키로도 성공한 선수가 많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제 우상혁의 시선은 2024년 파리올림픽로 향하고 있다. 그는 “나는 파리올림픽에서도 20대다.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