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말아줘 잘 눌러줘~ 매콤한 멕시코 김밥
화끈한 매운맛과 코끝을 자극하는 강렬한 향신료, 라임의 상큼함…. ‘멕시코 음식’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국내에서 멕시코 음식 전문점이 잇따라 생기면서 타코, 브리토 등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멕시코 음식은 ‘친숙함’과는 거리가 있다. 멕시코 요리를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서울 송파구 잠실동 ABC쿠킹스튜디오를 찾았다. 이곳에선 요리, 빵, 케이크 등을 배울 수 있는 쿠킹클래스를 운영하는데, 세계 각국의 가정 요리 수업도 인기다.

기자가 만든 음식은 ‘엔칠라다’. 토르티야 안에 고기, 해산물, 야채 등을 취향대로 넣고 막대 모양으로 말아 소스를 뿌린 뒤 오븐에 굽는 멕시코 대표 요리다. 먼저 토르티야 반죽부터 시작했다. 밀가루와 설탕, 소금, 이스트 등이 섞인 볼에 따뜻한 물을 붓고 열심히 반죽을 치대 동그란 모양을 만들었다. 발효되는 동안 엔칠라다 안에 넣을 칠리 콘 카르네를 만들었다. 칠리 콘 카르네는 엄밀히 말해 멕시코 음식이 아니라 멕시코의 영향을 받아 미국 남부에서 생겨난 음식이다. 토마토 페이스트에 향신료 큐민과 칠리파우더, 케이앤페퍼 등을 넣자 이국적인 향이 확 올라왔다. 특히 쿰쿰한 향이 나는 큐민을 넣으면 멕시코 느낌이 한층 더 살아난다는 설명이다. 먹기 좋게 썬 닭고기와 양파, 피망 등을 볶다 통조림 강낭콩을 넣고 마지막으로 소스를 부어 한소끔 끓여냈다.

잘 말아줘 잘 눌러줘~ 매콤한 멕시코 김밥
발효를 마친 토르티야 반죽을 밀대로 얇게 펴 프라이팬에 굽자 멕시코 식당에서 본 것과 얼추 비슷한 모양의 토르티야가 만들어졌다. 토르티야를 펼치고 만들어둔 칠리 콘 카르네와 사워크림을 안에 넣었다.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옆을 막아 가며 조심조심 말았다. 쓰고 남은 칠리 콘 카르네와 치즈까지 위에 얹고 예열해둔 오븐에 굽기 시작했다.

엔칠라다에 곁들일 ‘피코 데 가요’도 함께 만들었다. 토마토, 양파, 고수 등 채소를 라임즙, 타바스코 등에 버무린 소스다. 스페인어로 ‘수탉의 부리’라는 뜻으로, 재료를 새 부리처럼 잘게 썰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매운 속을 달래줄 수 있는 아보카도 바나나 셰이크를 만들고 마늘, 버터와 함께 새우를 볶아 나초를 곁들였다. 오븐에서 엔칠라다를 꺼내 나무 접시에 담아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멕시코 요리 한 상이 완성됐다. 멕시코 식당에서 주문했다고 해도 손색없는 맛과 비주얼이었다. 조소라 ABC쿠킹스튜디오 대리는 “멕시코 음식은 이국적이면서 만들기도 어렵지 않아 수강생에게 인기가 높은 메뉴”라며 “큐민, 케이앤페퍼 등 향신료도 마트에서 살 수 있어 누구든 손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글=이승우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