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던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세계 최대 석탄업체에 대규모 자금을 대출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가 피바디에너지에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줘 논란의 중심에 섰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원자재 시장 혼란 속에 골드만삭스가 관련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거래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영리단체 시에라클럽의 ‘화석 없는 금융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아델 슈라이만 대표는 “골드만삭스의 이번 대출 투자를 보면 앞으로 기후문제 대응에 있어 월가의 자본 시스템과 자정능력에 맡겨둘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내걸었던 (기후위기 대응) 약속이 얼마나 모호하고 구속력이 없는지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골드만삭스는 2019년 석탄 등 환경 파괴 우려가 높은 산업에 대해 금융 투자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합리적 속도로 석탄에서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는 기업은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골드만삭스 외에도 HSBC 등 많은 글로벌 은행이 화석연료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피바디에너지는 작년에 맺은 석탄 파생상품 계약으로 최근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탄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해서다. 다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유 석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로 화석연료 기업 실적은 대폭 개선됐다. 피바디에너지 역시 미국과 호주에 있는 17개의 탄광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주가가 1년 새 500%가량 급등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