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 심화 속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관계 발전 병행 '난제'
[윤석열 당선] 한중관계 변화 예상…쿼드·사드 '태풍의 눈'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당선은 한중관계에 변화 가능성을 예고한 일이라는 게 중평이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한국을 자국 편으로 끌어당기려는 양쪽의 힘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균형잡기'를 시도한 것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 기조였다면 윤석열 정부는 미국 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미·중 간 전략경쟁이 심화하면 할수록 윤 당선인이 공약한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관계 발전을 병행시키기 쉽지 않아진다. 새 정부가 예고한 한미동맹 강화 조치들은 중국 입장에서 한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에 동참하는 행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 한미동맹 강화에 방점 찍힌 공약…핵심 참모진은 '미국통'
공약을 통해 드러난 윤 당선인 정책은 한미동맹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고, 캠프 내 외교·안보 분야 핵심 참모진에는 조태용 국회의원,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 등 '미국통'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많고 '중국통'은 빈약하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을 그대로 이행한다면 한국 외교의 좌표를 미국 쪽으로 일정 정도 이동하게 될 것이기에 한중관계도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윤 당선인은 외교·안보 공약에서 첫 번째로 '한미동맹 재건과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를 제시했다. 그리고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협의체)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 한중 관계에 변수가 될 사안들이 적시돼 있다.
공약집은 우선 쿼드에 대해 "쿼드 산하의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워킹그룹에 본격 참여해 기능적 협력을 해나가면서 추후 정식 가입을 모색하는 점진적 접근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당선] 한중관계 변화 예상…쿼드·사드 '태풍의 눈'
쿼드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와 더불어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만든 '소그룹'이라는 것이 중국의 시각이다. 중국이 줄기차게 비판해온 쿼드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되면 한중간에 파열음은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안보 면에서 윤 당선인은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2017년 밝힌 사드 '3불' 정책(사드 추가 않고, 미국 MD·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사드는 2016년 당시 박근혜 정부가 주한미군에 도입하기로 한 뒤 중국이 한국과의 당국 간 대화 채널 축소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제한 등의 고강도 보복 패키지를 가동했을 정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이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한중 관계에서 매우 민감한 이들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최근 베이징동계올림픽 계기에 심화한 상대국에 대한 국민감정 악화와 맞물려 양국 관계는 올해 수교 30주년을 축하하기 어려운 격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또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도 이견의 여지가 존재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 시까지 국제적인 대북 제재를 유지한다는 윤 당선인 공약은 대북 제재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중국의 입장과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달성 시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입장은 중국의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 동시 추진) 입장과 엇박자를 낼 소지가 없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당선] 한중관계 변화 예상…쿼드·사드 '태풍의 눈'
◇ 속도 조절 해가며 실용적 대중 접근 가능성도
공약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한중 관계는 '조정기'를 거칠 수밖에 없어 보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속도 조절'을 해가며 한중 관계를 적절히 관리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공약집에 한중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반영돼 있고, 작년부터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는 한중 당국 간 대화 채널을 활성화할 계획도 담고 있다.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북핵·미사일 해결 등에서 주요 이해 관계국인 중국과 일정 수준의 협력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존중과 협력에 기초한 대(對)중국 외교를 구현하겠다고 공약집은 밝혔다 .
아울러 정상 간 교환 방문 실현과 경제·공중보건·기후변화·미세먼지·문화교류 등을 중심으로 한 한중협력 확대 심화, 한국 국가안보실장-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고위급 전략대화 정례화, 외교장관 연례 교환 방문, 외교차관 간 전략대화 연 2회 개최, 외교·국방 2+2 차관급 전략대화 충실 이행, 고위급 핫라인 설치 등이 공약집에 담겼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에만 '올인'하고 한중 관계는 방치하는 식의 외교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존재한다. 중국이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 한중 관계 중시 기조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중국에 할 말은 하는 당당한 외교를 하되, 파국은 피하려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당장 쿼드 가입 문제에서 점진적 접근 방안을 공약한 것도 한중 관계의 급격한 악화는 피하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일 수 있어 보인다.
[윤석열 당선] 한중관계 변화 예상…쿼드·사드 '태풍의 눈'
jhch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