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지난 1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갤럭시 언팩 2022' 행사에서 '갤럭시 S22 울트라'(왼쪽)와 '갤럭시 S2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지난 1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갤럭시 언팩 2022' 행사에서 '갤럭시 S22 울트라'(왼쪽)와 '갤럭시 S2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른바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로 인한 주주들의 공분이 식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사태의 핵심 경영진을 사내이사에 선임한다고 밝히자 뿔난 주주들이 여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7일 오전11시59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00원(2.10%) 떨어진 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6만9900원을 기록했는데 주가가 6만원대로 내려간 것은 작년 11월 12일 이후 넉달 만이다.

복수의 커뮤니티에는 삼성전자 주주총회 안건 중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한 반대투표 인증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고 이를 캡처해 인증하는 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16일로 예정된 제53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이 사전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난 6일부터 전자투표 시스템을 열었다.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통상 주주들은 주식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갖는다. 주주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보유한 주식수 만큼 반대표를 던졌다며 인증사진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들은 '주가는 1년 내내 떨어지고 있는데 회사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사내이사 선임 단행되면 삼성전자가 기술력보다 원가절감에 의지를 보인다고 알겠다' '소중한 한표가 모이면 선임 불발시킬 수 있을 것' '임원 선임에 변화는 없겠지만 불편한 여론을 인식시키는 차원에서라도 의미가 있다' 등 격앙된 반응을 남겼다.

발단이 된 것은 'GOS 사태'다. 삼성전자는 새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S22'를 출시하면서 과도한 발열을 막기 위해 해상도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주된 성능을 제한하는 GOS 기능을 탑재했다. 문제는 고사양 게임을 구동할 경우 그래픽 화질과 반응속도가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로 나빠진다는 점이다. 이마저도 이전까지는 GOS 기능의 활성화 여부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었지만 이번 최신 운영체제인 'ONE UI 4.0'부터는 마음대로 비활성화할 수도 없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삼성전자 직원의 성토글이 주주들의 반대표 운동에 불을 지폈다. 자신을 삼성전자 직원이라고 밝힌 이 작성자는 "투표를 독려하고자 글을 쓴다. 주주는 회사의 주인으로서 주인행세를 할 수 있어야 실제 주식이 의미가 있는 것인데 여전히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잘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GOS 사건이 누구 때문에 일어났는지 잘 고민하고 무능한 경영진에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밝혔다.

이 직원은 "실제로 주주가 회사의 주인의식을 갖게되면 주식가격은 회사의 가치를 따라가게 되고 그 결과 저평가가 해소된다"며 "이런 식의 주주행동이 이어지면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을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더 활발해지기 때문에 주식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 글은 각종 커뮤니티로 번지며 반대표 인증글이 쏟아지고 있다.

주주들 사이에선 소액주주들의 단결과 경영진의 동요가 주가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10월 6만원선을 기록한 뒤 메모리 반도체 업황 기대감에 힘입어 점차 주가를 회복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분위기에 다시 고꾸라지면서 '7만전자' 사수조차 위태로운 상황이다. 작년 초 9만6800원을 기록하며 '10만 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한편 전문가들은 안건이 문제 없이 가결되더라도 주주들이 중심이 돼 주주권 행사에 나선 것만으로도 기업에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의견을 경영진에 전달함으로써 더 나은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창욱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상법상 주주권 행사의 역할과 범위가 정해져 있는 만큼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내는 최선의 방법이 해당 이사 선임안건에 대한 반대표 행사가 되는 것"이라며 "다만 이런 주주행동은 사안을 떠나 장려될 만하다. 주주행동의 취지에 공감하는 주주들의 지지가 형성될 수 있고 회사가 경영전략을 다시 한 번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