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다논은 지난 3일부터 떠먹는 요거트 용기에 라벨을 붙이지 않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풀무원다논 제공
풀무원다논은 지난 3일부터 떠먹는 요거트 용기에 라벨을 붙이지 않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풀무원다논 제공
풀무원다논은 지난 3일부터 떠먹는 요거트 용기에 라벨을 붙이지 않고 판매하고 있다. 앞서 동원F&B도 요구르트 용기에 부착하던 라벨을 없앴다.

자사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라벨을 떼어내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반겨서다. 그간 생수 시장에서 나타나던 '무라벨 경쟁'이 탄산음료와 요거트, 장류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동원F&B와 풀무원다논은 이번 조치를 통해 연간 각각 약 60t과 34t의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착한 소비'가 대세로 부각되면서 소비재 기업들이 친환경 상품과 서비스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친환경은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핵심 소비 트렌드로 부상했다. 얼마나 친환경적이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지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돈 들여 라벨을 떼고 심지어 소비자 집에서 직접 빈 용기를 수거해가는 등 일회용품 줄이기에 열심인 이유다.

친환경 소비재 '대세'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 유통업계에선 무라벨 경쟁이 치열하다. 롯데칠성, 제주삼다수, 오리온 등이 잇달아 무라벨 생수를 내놨다. 탄산음료와 요거트, 장류 등에도 무라벨이 적용되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초부터 씨그램과 토레타 무라벨 버전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서 코카콜라 무라벨 페트 제품을 내놨다.

대상 청정원은 비닐 라벨을 제거한 '두 번 달여 더 진한 진간장 골드'를 선보였고, 농심은 인쇄용 잉크 저감을 위해 라면 묶음포장을 투명비닐로 교체했다.

재활용품 수거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작년 10월 재활용 전문 기업 테라사이클과 함께 화장품 공병 수거를 시작했다. 매장에 방문해 반납하거나 공병 3개를 모아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집 앞에 내놓으면 된다. 근처에 매장이 없으면 반납률이 떨어지는 만큼 집에서 클릭 한 번만 하면 되도록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그동안 매장에서만 공병 반납이 가능했던 이니스프리도 작년 6월부터 온라인으로 수거 신청을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7일부터 압구정본점 등 전국 16개 매장에서 폐지와 폐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한다. /연합뉴스
현대백화점이 7일부터 압구정본점 등 전국 16개 매장에서 폐지와 폐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한다. /연합뉴스
현대백화점 역시 7일부터 압구정본점 등 전국 16개 점포에서 폐지와 폐페트병을 수거한다. 폐지 2kg이나 폐페트병 7개 이상을 제출한 고객에게 각각 현대백화점그룹 통합 멤버십 H포인트 3000점을 지급해 참여율을 높일 계획이다. 폐지가 모이면 쇼핑백을 만들며 폐페트병으로는 현대식품관의 농산물 재생 페트 용기의 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집 들러 공병 수거하기도

아예 소비자 집에 방문해 다 쓴 용기나 재활용품을 수거하겠다고 나선 기업들도 늘었다. 생수 업체들은 생수를 정기 배송하는 김에 다 쓴 병을 회수하는 방법을 쓴다. 제주삼다수는 작년 5월 회수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롯데칠성음료도 작년 8월부터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아이시스 생수병을 회수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에서 무라벨 생수를 구매하는 소비자. /한경DB
한 대형마트에서 무라벨 생수를 구매하는 소비자. /한경DB
CJ제일제당은 연초부터 햇반 용기 수거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온라인몰 ‘CJ더마켓’에서 햇반과 수거 상자가 들어 있는 기획 세트를 산 후 다 쓴 햇반 용기 20개 이상을 상자에 담아 집 앞에 두면 수거하는 방식이다. 햇반 용기가 일반 쓰레기처럼 버려지거나 소각되는 일이 많아지자 회사가 직접 거둬들여 재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한 달간 수거 상자와 함께 팔린 햇반은 26만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친환경 서비스를 하는 게 모두 비용이다. 하지만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마케팅 효과가 더욱 크다고 판단해 재활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요즘은 친환경 트렌드에 뒤떨어지면 소비자들의 비판 대상이 돼 브랜드 평판 면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변화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